한국이 약속 지키지 않는다고 여겨...우대 조처 철회, WTO 위반 아니라 주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일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당수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한국 대법원의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송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보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제한이나 규제는 아니다. 그동안 한국으로의 수출을 특별히 우대하고 간략화한 절차를 철회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2003년까지 일본으로부터 수출 우대를 받지 못했다. 일반적인 수준에서 개별 수출 계약마다 심사를 거쳐 허가를 받았다. 그러다 2004년 특별히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 전략 물품의 수출 절차를 크게 줄여주는 우대국, 이른바 '화이트(백색) 국가'로 지정됐다.

일본은 현재 세계 27개국을 화이트 국가로 지정해 수출에서 편의를 봐줬으나 앞으로 한국을 빼기로 한 것이다. 특정 국가를 리스트에서 제외한 일은 일본이 관련 제도를 시행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일본의 화이트 국가에 포함됐었다.

그렇다고 당장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반도체 소재를 수입할 수 없게된 것은 아니다. 우대국으로 지정되기 이전처럼 개별 허가를 받으면 된다. 다만 아무래도 복잡한 허가 과정을 거쳐야 하는 불편은 피할 수 없지만, 사업에 큰 지장을 받을 가능성은 작다.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하겠다고 위협하지만 사실상 일본이 WTO 협정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동안 WTO 규정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우대해줬던 것을 거둔 것이지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도 3일 이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이날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열린 당수토론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아베 총리는 "역사문제를 통상문제와 관련시킨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말한 '약속'이란 1965년 한국과 일본 정부가 체결한 청구권 협정이다. 박근혜 정부 때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도 포함된다.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가 국가간 맺은 약속을 저버렸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으로 반일 감정이 극대화됐다. 일본은 이미 추가 대응 조처를 여러 가지 준비해놨을 터다. 한국은 이 난관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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