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사진:연합뉴스

"세금이 자본시장 발전을 막고 있다."

얼마 전 증권사 최고경영자를 지낸 A라는 분과 긴 시간 대화를 나눈 뒤 제 머릿속에 강하게 박힌 말입니다.

A는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복잡한 세제를 단순화하는 게 필요하다 정도로 말했지만 제 귀에는 위에 적어놓은 것처럼 들렸습니다.

국내 산업·경제 구조상 대외 악재에 흔들리기 쉽다거나 '짠물 배당',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 등 국내 증시의 만년 저평가 요인 그리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불신보다 더욱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A는 복잡한 과세체계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세금이 복잡하고 일관성도 떨어져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흘러들지 못하는 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금융상품에 대한 과세체계는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 아래의 표로 갈음합니다.)

 

한-일 과세체계 비교./자료: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 각각의 상품 단위로 바라볼 수밖에 없으니 상대적으로 관련 지식과 경험이 적은 개인은 자본시장(또는 금융투자)의 문턱에서 돌아서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본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이해가 떨어지면 효과적인 투자가 이뤄질 확률은 낮아집니다. 게임의 룰이 익숙하지 않으면 패배(손실)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투자 자산 전체를 대상으로 한 번에 세금이 부과되는 게 아니라 단위(주식·파생상품·펀드·파생상품 등)별로 세금을 내야 해 손실보고 세금도 내는 이중고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는 고액자산가가 절세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큰 손님인 고액자산가가 자본시장에 돈을 넣어 자산을 불리기보다 있는 것을 최대한 지키는데 무게를 두다 보니 증권사의 역량도 여기에 몰리게 되고 그만큼 새로운 상품이나 투자기법 개발은 소홀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A의 말을 빌리면 골을 많이 넣고 적게 먹어야 경기에 이길 수 있는 데 수비 훈련만해서 공격 찬스에서 점수를 만드는 데는 미숙한 상황이 이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예적금보다 위험이 높은 대신 더 많은 수익을 추구하는 자본시장의 기본을 바로 보지 않고 등을 대고 뛰니 그만큼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잘못된 세제가 돈이 돌아야 하는 자본시장에 돈이 들어올 수 있는 문턱을 높게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도 효과적인 수익 추구와 거리가 먼 일을 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여당과 금융투자업계가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해 나갈 뜻과 계획을 내놨습니다. 혼재된 과세 원칙을 정리하고 금융상품간 손익을 통산해서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런 내용이 하루빨리 현실화해 더 많은 투자자가 자본시장이란 운동장에 들어오고 더 많은 골을 넣는 데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