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채용 인원을 늘리고 창업·중소기업 금융지원도 하고 있는데 매번 질타만 받는다. 정권이 바뀌어도 은행에 대한 압박, 은행 때리기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여러 은행 관계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은 얘기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입맛 맞추기도 쉽지는 데 다른 정부 부처에서까지 싫은 소리를 듣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은행권 전체의 생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런 인식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최근 은행들은 금융권 밖에서 잇따른 비판과 지적을 받았다. 지난 20일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나흘 뒤에는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은행권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박 장관은 중기부 주관으로 열린 금융지원위원회에서 시중은행장들에게 "정책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기존 연대보증을 폐지하고 있는 만큼 금융업계도 연대 보증 폐지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중소벤처기업을 대변하는 입장인데다 정책금융기관이 2012년부터 연대보증 폐지를 추진해왔고 시중은행도 지난해부터 연대보증을 일부 폐지했으니 이 말 자체는 새롭지도 충격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연대보증 폐지의 전제로 깔린 말은 은행권의 폐부를 찌르기에 충분했다. 박 장관은 "최근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이 10조원을 크게 웃돌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은행이 연대보증 폐지를 늦출 명분을 제거하는 동시에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여력이 충분하니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국내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이자놀이로 나홀로 호황을 누렸다는 질책으로 볼 수도 있다.

윤 경제수석은 "금융업 종사자의 생산성이 제조업보다 높지만 프리미엄이 크다"며 "제조업 임금이 100이면 금융업은 160"이라고 지적했다.

박 장관과 윤 경제수석의 얘기가 달갑지 않을 은행권 관계자들의 심정은 이해한다. 부모에게 매일 혼나는 것도 힘든데 옆집 아저씨까지 한마디 거들면 더욱 기분이 상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공감은 어렵다. 은행은 끊임없는 질책과 비판에 대해 불만만 늘어놓을 뿐 같은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고 또다른 실수와 잘못을 하는 온동네 사람이 나서서 훈육을 해야 할 불량학생 중 불량학생이란 말이 어울리기 때문이다.

신뢰를 강조하면서 저지른 대규모 채용비리. 최고경영자는 뒤로 숨고 실무자들만 책임을 지는 모습. 엿장수 금리로 고객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영업행태. 전산사고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자화자찬에 바쁜 은행장. 고객을 볼모로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은행원. 고객의 민원제기를 신용불량자 등록으로 찍어 누르는 식의 조폭도 울고 갈 실력 행사.

은행이 바로잡아야 할 일은 다 나열하기도 힘들만큼 많다. 왜 우리한테 질타만 하느냐 불만을 하기 전에 스스로 잘못을 반성하고 태도를 바꾸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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