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코스피가 지난 연말 및 올해 연초 지수 저점인 2000포인트선에 근접해 가고 있다.

직전 저점 부근에서 시장이 지지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일차 관건인 상황이다. 현재 시장이 직면한 호악재 요인들과 연말 연초 대비 현재 여건의 비교를 통해 이에 대한 단서를 점검해 보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긍정적인 요인들을 살펴보면 무역분쟁 격화라는 과거 당시 상황과의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주요 선진국의 통화 긴축 여건이 맞물리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국내증시 12개월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약 0.83배로 하락해 밸류지표는 이미 지난해 4분기 하단 부근에 근접했다.

또한 글로벌 경기 선행지수의 방향은 지난해 하반기가 일방적인 내리막이었다면 올해 하반기는 일정부분 반등 가능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측면들을 고려하면 당분간 국내증시는 2000포인트선을 이탈해 추가 하락폭이 커지기보다는 지키기에 나설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반면 최근 직면한 부정적인 여건들은 상승 모멘텀 확보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5월 초 이후 코스피의 조정폭 확대는 신흥국 증시 약세 흐름과 맞물리고 있고, 주가 하락의 공통 배경은 5월 들어 재개된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신흥국 증시와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심리 개선을 위해서는 미중 관계 개선이 일차 전제조건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6월 말 예정돼 있어 현재로서는 이때 미중 무역분쟁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경우가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이를 위해서는 미중 양측의 사전 접촉과 물밑 작업이 필요한데, 지난 9~10일 미국에서 진행된 미중 무역협상 이후 협상재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어 시장의 불확실성은 아직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양국간의 상호 비난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 조치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고,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강경한 대응 방침을 나타내고 있다. 이로 인해 6월 말 G20 정상회의에서 협상 타결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현 상황을 고려하면 6월 말 미중 정상회담을 통한 조기타결 가능성보다는 미중 정상이 이때 협상을 재개하고, 협상기간중 추가관세를 유보하는 합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가 좀 더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0일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6월 초부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최고 25%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관세 인상 시기를 이때 중국에서 출발하는 수출품부터 적용키로 해 양국의 실제 관세 부과 시기는 대체로 6월 초로 미뤄진 상황이지만, 최근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고된 6월 초의 보복 관세는 일단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따라 이후 시장에서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기 이전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가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일단 지난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빠른 합의도 가능하며, 화웨이 문제의 해법에 대해 무역 합의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는 점과 금주 초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평가 절상에 나서 환율 전쟁으로의 확산에 선을 긋고 있다는 점은 서로에게 타협의 여지를 시사하는 대목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최근 증시 주변의 여러가지 측면들을 고려하면 당분간 국내증시는 지수 2000포인트선을 하향 이탈해 추가 하락폭이 커지기 보다는 지키기에 나설 가능성이 기대된다.

다만, 미중 정상이 만날 수 있는 G20 정상회담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다. 또한 협상 결과에 대한 확인도 필요한 상황임에 따라 당분간 시장은 관망 분위기 속에 방향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락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화증권 김승한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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