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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의 금융夢]CJ대한통운 임직원은 모두 택배기사를 꿈꾸나요?
  • 이명헌 기자
  • 승인 2019.05.20 17:05
  • 댓글 0
사진:연합뉴스

CJ대한통운 임직원은 모두 택배기사를 꿈꾸시나요?

최근 택배기사와 관련된 두 가지 뉴스를 접하고 생긴 궁금증입니다. 모두 CJ대한통운발 뉴스인데 하나는 택배기사의 연봉이 평균 7000만원 정도 된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말 접했는데 CJ대한통운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지난해 평균 소득은 6937만원이고 10명 중 2명은 8000만원 이상을 벌었습니다. 소득이 1억원을 넘는 사람은 559명이나 됐고 많게는 4억원을 가져간 경우도 있습니다.

국내 사업자 평균 소득이 4300만원 수준이고 직장인 연봉이 평균 3500만원 안팎이니 두말할 나위 없는 고소득자가 맞습니다.

여기에 CJ대한통운이 설명한 택배기사의 장점까지 보면 이만한 일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해당 자료에서 대한통운은 억대 투자비가 필요한 다른 가맹 사업과 달리 1000만~2200만원을 들여 1톤 트럭 1대만 사면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비롯해 택배기사의 장점에 관해 얘기했습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연령에 관계없이 계약이 지속된다 △배송물량 협의를 통해 배송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택배 시장이 지속 성장해 물량이 계속 증가한다 △개인 영업으로 집화 물량을 늘릴 수 있다 △자유롭게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수 있다 등인데 요약하면 '소자본으로 자유롭게 일하면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평생직장'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뉴스는 한 달이 조금 지나지 않은 오늘(20일) 접했는데 택배기사 일이 좋아 부부가 함께 일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앞서 CJ대한통운이 설명해준 대로라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자녀도 택배기사로 키우겠다는 사람도 늘어났다는 뉴스를 접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CJ대한통운 임직원들은 작년 기준으로 평균 6000만원도 안되는 연봉을 받으면서 왜 그자리에 있는지. 정년도 있고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는 그런 곳에.

모두 각자 삶의 방식이 있으니 어떤게 더 낫고 못하다는 얘기는 할 수  없습니다. 직업의 귀천을 따질 생각도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목적이나 바람이 있더라도 상대를 기만하거나 조롱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상대를 위해서도 그렇고 지금처럼 스스로가 비웃음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체험이란 이름으로 택배기사 한 분의 일상을 함께한 적이 있습니다. 단 하루였는데 노동 강도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1차 배송 후 분류, 2차 배송을 반복한 뒤 늦은 저녁이 돼야 끝났습니다. 따로 시간을 내 커피를 마시는 일은 상상도 못 하고 점심식사는 일상에 없는 일이었습니다. 온종일 함께 있었지만 택배기사에게 쉴새 없이 전화가 걸려와 5분 이상 대화가 이어진 경우는 없습니다.

짧게 반복된 대화 중 "명절 때 부모님 찾아뵙는 것은 생각도 안 한다"는 말은 여전히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 이유가 아들, 사위, 아버지, 남편, 택배기사란 여러 역할 중 택배기사에만 집중하는 게 본인과 가족 모두의 행복을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이란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택배기사는 물리적으로 다녀올 시간은 되지만 명절 때 크게 증가한 택배 물량을 모두 소화하고 나면 몸이 지쳐 있는 상태라 교통사고가 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런 일이 벌어지면 당장 며칠 벌이가 줄어들 뿐 아니라 치료비 등 감당해야 할 비용이 많아지는 게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부모님을 못 뵙고 손주 재롱 못 보여드리는 게 많이 아쉽지만 건강하게 지내면서 용돈이라도 조금 더 드리는 게 낫지 않냐고도 했습니다.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이 대립하고 CJ대한통운이 비웃음을 살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뉴스를 생산한데는 이런 사정이 개선됐으면 하는 택배기사들의 바람이 여느 때보다 크다는 배경이 있습니다.

물론 택배기사의 워라밸을 위해 CJ대한통운이 무조건 양보하라고 할 수 없습니다. CJ대한통운도 경영 상황 전반을 고려해야 하니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에만 모든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서로를 자극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만 낳는 싸움의 방식을 피하고 존중과 협의로 문제를 풀어가는 게 더 현명한 것은 분명합니다.

이명헌 기자  lmh@businesspl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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