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인상 트윗 이후 국내외 증시는 불확실성 확대 영역으로 들어선 상황이다. 당초 5월 중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기대해 왔던 시장의 기대와 달리 무역분쟁의 장기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분위기가 갑작스레 악화한 만큼 6월 말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협상이 타결될 경우 분위기가 극적으로 역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관세전쟁은 궁극적으로 미중 양국의 경제에 득이 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극단적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예일대 교수는 최근 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에 대해 G2 정상이 벌이는 한 편의 연극이라는 관전평도 내놓았다.

하지만, 무역협상 타결에 이르기까지의 소요 기간이 당초 시장의 기대보다 길어지고, 무역분쟁 과정에서 양측의 대응 수위가 높아질 경우 글로벌 증시 조정폭과 기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직면한 경계요인이다.

최근 미국이 수입차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 연기하기로 했다는 소식과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철강 고율관세를 철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은 일면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 조치의 이면에 대해 시장 일각에서는 무역분쟁 전선을 축소하고 중국과의 무역분쟁에 집중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어 낙관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의 통신업체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리고, 중국이 주요 수입품인 미국산 돼지고기에 대한 주문을 대량으로 취소하는 등 양국간의 공방은 치열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분간 미중 무역분쟁 이슈는 양국의 실물경기에 영향을 주기에 앞서 글로벌 증시 센티멘탈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현재 증시 주변 여건은 코스피가 지수 2천 포인트선을 하회했던 지난 2018년 4분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당시는 미국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 속에 추가 기준금리 인상 우려와 미중 무역분쟁 격화가 맞물리며 글로벌 경기가 하락세를 보이던 시기였다.

반면, 현재는 무역분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지만, 미국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 대신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 전환하고, 글로벌 경기는 올해 상반기 저점 통과 기대를 품고 있어 당시와 대비되는 여건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국내증시 전반의 반등 모멘텀을 마련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기는 특성상 글로벌 경기에 대한 민감도가 클 수밖에 없다. 하반기 글로벌 경기 여건 개선을 위한 전제조건이 G2간의 후속 무역협상 진행과 협상 타결 여부, 반도체 업황의 개선 여부 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시장 센티멘탈 개선을 위해서는 변화의 계기 마련이 필요하다.

이밖에 최근 중동지역에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며 원유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는 점과 달러 대비 원화가치 약세 흐름이 진행 중인 점도 부담요인이다. 한국은 세계 5위의 원유 수입국이고, 환율 불안은 외국인의 수급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5월과 8월, 11월 세차레에 걸쳐 MSCI(모건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 신흥시장의 중국증시 비중 확대로 한국비중이 감소한다는 점도 수급 측면의 부담요인이다. 신흥국 통화의 강세 전환이 나타나기 전까지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지속될 수 있고, 약세장에서는 수급 부담의 체감지수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6월말 G20 정상회담까지 미중 양국 정상이 한편의 연극을 연출한 것에 불과할지, 그 진의가 파악되기 전까지 당분간 주식시장에서는 목표 수익률을 낮춘 방어적인 시장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화증권 김승한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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