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 서명...中화웨이·70개 계열사 거래 제한

미국이 중국과의 관세전쟁에 이어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5G)을 둘러싼 패권경쟁까지 격화했다. 중국 통신장비가 미국에서 판매가 제한되는 행정명령이 발동되면서 미중이 잇단 고율관세에 이어 5G 다툼까지 더해 갈등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외국산 장비를 미국 기업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행정명령에 15일(현지시간) 서명했다. 중국 등 외부 위협으로부터 미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이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의 하나로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 행정명령은 미국의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위협에 대응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국의 국가안보 또는 미국민의 보안과 안전에 위험을 제기하는 거래를 금지할 권한을 상무장관에게 위임한다"고 설명했다.

행정명령은 상무부에 다른 정부 기관들과 협력해 150일 이내에 시행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 기업이 화웨이를 포함한 일부 외국 공급자들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미국 상무부가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상무부는 미국 기업과 거래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먼저 취득해야만 하는 기업 리스트(Entity List)에 화웨이 등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명단에 오른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기업들과 거래할 수 없다.

특히 미국은 화웨이 퇴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웨이는 안보위협뿐만 아니라 5G 기술의 글로벌 선두주자로서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아온 업체다. 화웨이가 민간기업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중국 공산당의 지령을 따를 수밖에 없어 결국 스파이 노릇을 할 것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동맹국까지 압박하며 화웨이 퇴출을 종용한다. 하지만 미국의 압박이 통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현재 독일, 영국과 같은 미국의 우방들도 안보를 강조하며 화웨이를 완전히 퇴출하라는 미국 당국의 요구에 전면 퇴출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화웨이는 미국에서 퇴출당하더라도 전 세계에서 40∼60% 네트워크를 점유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5G는 미래 세상을 지배하게 될 사물인터넷의 토대가 되는 차세대 기술이자 고부가가치의 미래 먹을거리다. 가상현실 영화를 내려받거나 매우 선명한 동영상을 다각도로 실시간 재생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비롯한 사물인터넷, 도시 내 기간시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미래를 책임질 요소로 부각된다. 

미국은 이 부문에서 중국에 크게 뒤지고 있다는 점을 부쩍 불안하게 여겨왔다. 기업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의 작년 8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부터 3년 동안 5G 기반기설 구축에 무려 240억 달러를 미국보다 더 투자했다. 그 기간 중국이 이동통신 기지국 35만개를 신설했으나 미국은 3만개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 주도 경제모델을 앞세운 중국의 집중 투자는 미국과 중국의 5G 기술격차를 더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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