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서 이뤄진 미·중 간 무역 담판이 예상대로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싱겁게 끝났다.

중국 측 대표인 류허 부총리는 협상장을 빠져나오며 협상이 결렬된 이유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류 부총리는 ▲관세 철폐 ▲미국산 제품 구매량 ▲합의문 문구 등의 순으로 3대 쟁점을 꼽았다. 하지만 핵심은 마지막에 언급된 합의문 작성과 관련된 이견이다.

미국은 기술이전 강요 금지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를 위한 중국 측의 법률 개정 계획을 합의문에 명기할 것을 요구했지만 중국이 거부했다.

중국의 기존 통상·산업 정책이 불공정했다고 자인하라는 게 미국의 요구였고, 공산당 집권의 당위를 도덕성에서 찾는 중국 입장에서는 '기술 도둑질' 등의 명문화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하고, 중국이 600억 달러어치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때린 상황에서 류 부총리가 꼽은 나머지 쟁점, 즉 관세 철폐와 중국의 대미 수입액 협의는 논외 이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측에 최후통첩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성공적이었는지 아닌지 3~4주일 내에 알려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늦어도 한 달 내로 중국이 양보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 셈이다. 

중국은 트럼프의 기대대로 움직여 줄까. 

일단은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워싱턴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진 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은 미국과 비교해 많은 부분에서 격차가 있지만 이미 세계 2위의 경제체가 됐다"며 "예전의 가난하고 약했던 중국이 아니다"고 보도했다.

이어 "오늘날 중국을 마음대로 분할하거나 주무를 수 있는 '호구'로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머리가 아직도 19세기에 머물러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적 자신감도 피력한다.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 경제는 추위를 이겨 낼 수 있다"며 "최근 중국 주식시장이 큰 변동을 경험했지만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견조하고 회복력 역시 강하다"고 강조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1면 논평을 통해 중국 경제가 안정적이라 무역전쟁을 버틸 힘이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결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중에 달렸다는 게 중론이다. 류 부총리로부터 협상 결과를 보고받은 시 주석이 추가 양보를 결심해야 협상에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인민일보는 시 주석의 과거 발언을 인용해 "중국 경제는 작은 연못이 아닌 바다다. 강한 바람과 소나기가 작은 연못은 뒤엎을 수는 있지만 바다를 뒤집을 순 없다"고 밝혔다.

중국 국무원은 올해 법률 및 행정법규 제·개정 계획 및 기타 입법 항목을 확정 발표했다. 무역협상 합의를 위한 법률 개정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가 양보는 하지 않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가 꽤나 강한 것 같다. 하지만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25%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보복 조치는 별로 강력해 보이지 않는다.

중국 관변 학자들은 희토류 수출 제한,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매각, 중국 내 미국계 기업 추방 등의 카드가 남아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어느 하나 마음대로 꺼낼 수 없는 카드들이다. 이 가운데 하나만 써도 글로벌 경제 울타리 내에서 외톨이가 될 수 있다.

미국이 관세 부과를 미뤄 온 325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의 경기 하방 압력은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

중국 경제는 바다인가 연못인가. 결과가 드러나기까지 한 달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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