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의 관심사였던 류허 중국 부총리의 방미가 성사됐다. 문제는 그가 들고 간 게 빈 가방일 경우다.

미·중 무역협상의 전개 양상이 점입가경이다. 6일부터 사흘 간의 상황을 대략 정리하면 이렇다.

중국이 기술이전 강요 금지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를 법에 명문화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 아예 말을 뒤집은 걸 수도 있고, 법 제정 및 개정까지 시간이 걸리니 기다려 달라고 요구한 걸 수도 있다.

어쨌든 협상 책임자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당황했고, 이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관세는 취소하라면서 법은 안 바꿔?" 폭발한 트럼트 대통령은 6일 트위터를 통해 깜짝 발표를 했다. 10일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에 외신들은 중국이 협상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지만, 결과적으로 9~10일 워싱턴에서 11차 고위급 협상이 재개된다.

중국 상무부도 7일 류허 부총리의 미국 방문 일정을 확인했다. 중국은 관세 폭탄을 막기 위해 대폭 양보를 할 것인지, 아니면 강경하게 맞대응할 것인지 결정할 시점이 됐다.

일각에서는 류허 부총리의 방미가 중국의 양보를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우선 협상 기간과 대표단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의미 있는 담판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중국 관영 매체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7일 낮까지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이후 강경한 논조의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협상이 잦은 파행을 겪는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는 모습이다.

종합적으로 일단 미국의 주장을 들어보고 여의치 않으면 협상 결렬도 감수하겠다는 시나리오가 작성된 모습이다. 류허의 방미도 판이 깨질 경우를 대비한 명분 쌓기일 수 있다.

중국의 태도가 바뀐 이유는 뭔가. 아마도 경제적으로 자신감을 회복했기 때문일 것이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6.4%로 나쁘지 않았다. 미국의 압박은 중국에 치명상을 입히지 못하고 있다.

수출 감소세가 두드러지지만 적자재정 편성과 인프라 투자 확대 등 내부적 대응을 통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가능성이 있다.

재선 출마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협상을 언제까지 질질 끌 수는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취욕을 자극해 중국에 유리한 협상 조건을 조성해 보겠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타결 대신 중국에 대한 강공을 재선 전략으로 선택한다면 180도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류허 부총리에게 어떤 임무를 하달했는지는 조만간 확인될 것이다. 트럼트 대통령이 예고한대로 관세율 인상에 나선다면 양측 간 조율 작업이 실패했다는 뜻이다. 중국이 미국과 맞서기로 결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중 무역전쟁은 또다시 전면전으로 비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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