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의 연휴기간 중 여러가지 악재들이 중첩된 영향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국내증시가 처한 상황과 발생한 이슈들을 통해 향후 증시 흐름을 조망해 보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5월을 맞아 시장이 직면한 고민의 대상은 유동성 장세 흐름 속에 실적 전망치의 방향과 주가지수의 방향이 서로 엇갈리면서 PER(주가수익비율) 밸류 부담이 증가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특히 국내증시의 경우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대비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실적전망 컨센서스 하향조정폭 확대로 인해 상대적으로 PER 상승률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러한 고 PER 부담이 완화되기 위해서는 향후 경기 회복과 기업실적 개선 여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기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기에 대한 민감도가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외 수출은 지역별로는 중국향 수출 비중이 가장 크고,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 비중이 가장 크다. 따라서 하반기 수출 경기 개선을 위해서는 미중 무역협상 타결 여부와 반도체 업황 개선 여부가 핵심변수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돌발 악재가 등장했다. 지난 5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오는 10일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할 가능성과 325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해서도 조만간 25%의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달 8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무역회담을 통해 최종 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원활한 회담 진행 여부 및 협상 타결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중간 무역협상의 최종 합의안 도출을 앞두고 압박을 통한 특유의 협상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이 실현되고, 다시 강대강 대치구도가 재연돼 자칫 무역협상의 결렬 상황으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선호심리는 흔들리게 된다.

올해 들어 미중 무역협상 타결 기대심리를 일정부분 반영해 온 글로벌 증시는 일정부분 되돌림과 변동성 확대에 노출될 수 있다. 미국의 전략적인 압박 발언 정도로 그치게 될지 향후 미중 무역협상의 원활한 진행 여부 및 협상 타결 여부를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5월 초 FOMC 회의 결과는 시장 예상보다 약한 비둘기파적 시각을 나타냄에 따라 유동성랠리 기대도 다소 약화된 상황이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행 2.25∼2.50%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지만, 물가 약세를 일시적이라고 평가함에 따라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의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최근 기준금리 수준을 하회하는 등 시장에서는 정책금리 인하 기대심리를 반영해 오던 상황이었다. 당분간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심리 약화와 달러화 강세 압력 증가 배경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미국의 1분기 GDP성장률이 전분기비 3.2%(연율)를 기록하는 등 호조세를 나타낸 상황임을 고려하면, 연준은 원론적인 입장에서 데이터에 기반해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를 낮추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향후 경기와 물가지표에 따라 입장 역시 달라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난 4일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동해 방향으로 발사해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후 1년 5개월여만에 발사체 훈련을 재개했다.

올해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2개월여 만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행동은 미국과 협상이 교착된 상황에서 기싸움을 위한 대미 압박 성격을 띤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반면, 남북간, 북미간 대화를 통한 평화 체제가 정착된 이후의 첫 군사 행동이라는 점에서 국내증시에 일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예상된다.

최근 달러 대비 원화 약세 현상이 진행되던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림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국내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자금 일부의 이탈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이 북한의 이번 발사체에 대해 그동안 약속해왔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위반에 해당되지 않고, 낮은 단계의 무력시위로 평가하고 있어 북한의 도발 수위가 추가적으로 높아지지 않을 경우 그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긍정적인 신호들도 있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여전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선행지수 전월대비 차이는 하락폭이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올해 하반기 글로벌 경기 개선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을 갖게 하는 상황이다.

또한 한국의 대외 수출은 품목별로 반도체 수출 비중이 가장 크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수출 경기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반도체 업황 개선 여부도 주요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4월 한국의 수출 물량이 전년동기대비 2.5% 증가했음에도 수출액 규모가 2.0% 줄어든 것은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단가가 전년동기비 약 50% 수준으로 급락한 영향이다. 반면, IT 업계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재고조정 완료, 계절적 수요 회복, 반도체 단가 급락에 따른 수요 확대 가능성 등을 반도체 업황 개선 요인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종의 재고순환 지표는 5개월만에 증가로 반전하고 있다. 또한 미국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업종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고, 국내증시에서는 IT 섹터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 유입이 강화되고 있다. 이는 일단 긍정적인 기대의 여지를 남겨주는 대목이다.

다소 복잡해 보이는 현재 상황을 개괄적으로 정리해 보면 하반기를 앞둔 2분기 후반의 증시는 고 PER 밸류 부담에 대한 경계심리와 글로벌 경기와 실적의 하반기 개선 가능성에 대한 기대심리간의 대립 구도가 예상된다. 여기에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심리도 약화된 상황임에 따라 유동성 장세와 펀더멘탈로의 전환과정이 혼재된 과도기적 흐름이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증시의 고 PER 부담이 완화되기 위해서는 향후 경기 회복과 기업실적 개선 여부가 관건이다. 한국 경기를 좌우하는 수출은 지역별로 중국향 수출 비중이 가장 크고,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 비중이 가장 크다. 즉, 하반기 수출경기 개선을 위해서는 미중 무역협상 타결 여부와 반도체 업황 개선 여부가 핵심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이번주 미중 무역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부터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화증권 김승한 부장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