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수입맥주를 4캔 1만원 판매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50년’ 묵은 주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주세법 개편안이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주류 과세 방식을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연구용역을 지난해 조세재정연구원에 맡겼고 다음 달 초 연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월 초순께 주세 개편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가세 빈틈타고...수입맥주 점유율 '껑충' 

50년 만에 주세법 개정이 가시화되면서 업계와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행 주세법은 1972년 제정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개정됐지만 대부분 세금 부과에만 초점이 맞춰져 소비자 편의나 주류산업 발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장 큰 문제는 종가세다. 종가세는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과세표준이 달라 수입맥주와 국산맥주에 붙는 세금이 최대 20%까지 차이가 나는 등 역차별 논란이 지속돼왔다. 

이런 종가세의 빈틈을 파고들어 수입맥주사들은 수입 원가를 낮게 신고하는 편법을 사용해 4캔 1만원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고 점차 점유율을 높여갔다. 수입맥주의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은 2014년 6%에서 2017년 16.7%로 매년 급성장했다.

반면 국산맥주를 생산하는 국내 주요 대기업 맥주공장 가동률은 최근 30% 대로 현저하게 떨어졌다. 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산업 공동화로 인해 2017년 기준 6년간 약 4200명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생산유발효과로 환산하면 당해 약 3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업계에선 이번 주세 개편안이 그동안 역성장 하던 국산맥주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 2014년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중소규모 맥주업체의 세율 인하와 음식점 납품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주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후 국내 맥주 양조장 수는 2014년 54개에서 2018년 127개로, 국산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14년 200억원에서 2018년 633억으로 크게 늘었다.

◆“4캔 1만원 맥주 행사 사라진다?”

다음 달 주세 개편안이 확정, 발표되면 낮아진 세금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더욱 공격적인 시장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들의 선택 폭 또한 넓어져 질 좋고 다양한 맥주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초기 종량세 개편 논의가 이뤄졌을 당시 수입맥주 4캔=1만원 프로모션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지만 우려와 달리 종량세가 도입되면 가격대가 높은 고급 수입맥주, 수제맥주의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세청이 건의한 리터 당 800~900원대의 종량세로 변경될 경우,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고급 수입맥주는 최대 1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수입맥주 점유율 1위인 일본산 제품은 ℓ당 117원 인하돼 최대 14% 세금이 하락하며 아일랜드 맥주도 ℓ당 176원이 인하될 것으로 나타났다.

매점에서 4000~5000원에 판매되는 수제맥주의 가격도 1000원 이상 낮아져 오히려 4캔 1만원 행사에 고급 수입맥주 및 수제맥주 등 고품질의 맥주가 포함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현재 기재부에서는 맥주, 증류주, 기타주류 등으로 그룹을 나눠 폭넓은 조사가 진행 중이며 정부는 소주·맥주 가격을 종량세 개편 후에도 변동 없이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종량세 전환으로 인한 소비자 혜택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종량세 시행...7500개 일자리 창출 효과 

종량세 개정시 얻을 수 있는 효과로는 맥주 가격 하락뿐만이 아니다. 사라진 일자리를 되찾고 국내 맥주 시장 선진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돼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불평등한 세금 구조로 인해 2012년 대비 2017년 출고량 기준 수입맥주 점유율은 약 4.3배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 1%가 감소할 때마다 일자리 250개가 사라진다는 한국은행 산업연관 지표를 토대로 보면 2017년 기준 6년간 약 4200명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생산유발효과로 환산하면 당해 약 3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종량세 시행으로 7500개의 일자리 창출, 65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예상된다. 또한 미국 뉴욕 판매 1위 수제맥주사 브루클린 브루어리 등 글로벌 브랜드도 종량세 전환 시 한국 생산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국내에서 더 다양한 맥주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업계는 맥주 선진화 시장이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맥주업계 한 관계자는 “맥주 산업은 맥주 양조뿐만 아니라 농작물 재배에서부터 품종 개량, 수입수출 등이 연계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며 “종량세 전환 이후 세금에 대한 부분이 해결된다면 국산 농산물을 활용한 맥주의 수출 가능성 또한 높아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