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본부 입구에서 경비 담당자가 출입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부터 주말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는 세계 경제에 대한 경고가 쏟아졌다. 

주요국 경제수장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세계 양대 경제기구는 세계 경제가 당장 침체에 빠지지는 않겠지만, 최근 한창인 경기둔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하방위험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미·중 무역전쟁 확전 가능성, 각국의 눈덩이 부채, 신흥시장의 금융불안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경제의 성장둔화 공포는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깎아내린 것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이 여파로 지난해 말 글로벌 증시가 주저앉으며 위기감을 부채질했다. 

IMF는 지난 1월에 이어 지난주에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며 경기둔화 우려에 쐐기를 박았다. 그 사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와 함께 G20(주요 20개국) 경기지표인 '타이거지수'를 근거로 선진국과 신흥국이 동시에 성장둔화 국면에 있다고 분석했다. 전처럼 선진국이나 신흥국, 어느 한 쪽이라도 세계 경제의 부진을 메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타이거지수 보고서 저자인 에스와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세계 경제가 아직 침체로 향하는 것 같진 않지만, 선진국과 신흥국이 모두 성장 모멘텀을 잃고 있는 건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각국 정책당국의 경기부양 여력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 경기전망을 더 암울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여러 하방위험 가운데 하나라도 크게 불거져 침체가 일어나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빠르게 경기를 회복세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나마 신흥국은 아직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같은 돌발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최근 성장률로 보면 아직 저성장 위기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 

문제는 선진국이다. 저성장이 이미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이 된 선진국에서는 이제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20년' 같은 장기불황이 선진국에서 고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선진국이 맞은 '중산층의 위기'가 선진국 경제, 더 나아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중산층이 많은 이들에게 점점 꿈에 불과한 게 돼 가고 있다"며 "우리의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기반(중산층)이 전처럼 안정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OECD는 선진국의 경제기반인 중산층의 삶이 갈수록 불공평해지고 비싸지고 불확실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중산층의 소득 비중이 낮아지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OECD는 가계소득이 해당국 중위소득의 75~200%인 경우를 중산층으로 본다. 

이들 중산층의 지난 30년간 소득 증가폭은 상위 10% 부자 평균치의 3분의 2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부의 집중이 더 심해져 중산층의 연평균 소득 증가율이 0.3%에 불과했다.

반면 중산층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주택, 교육, 헬스케어 비용등 생활비 부담은 치솟았다. 소득이 물가조차 따라잡지 못하면서 선진국 중산층의 40%는 돌발 비용을 떠안을 수 없게 됐고, 절반은 겨우 먹고 살기도 빠듯한 처지가 됐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 중산층은 다른 소득계층보다 과도한 부채와 자동화 등에 따른 일자리 환경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불안정한 중산층 기반을 더 위협하는 건 그마저도 더 넓히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중산층 가운데 20년 전 3분의 1에 불과했던 고급 기술 인력이 절반으로 늘어난 탓이다. 이제는 고도의 기술을 익히지 않고는 중산층이 되기 어렵다. 1980년대 중반 64%이던 OECD 중산층 비율은 2010년대 중반 61%까지 낮아졌다. OECD가 중산층의 몰락을 우려하는 이유다. 

OECD는 세계 정치·경제의 안정자 역할을 해온 중산층을 지키려면 교육과 직업훈련 등에 대한 투자와 주택 공급을 늘리고 중산층 소득에 대한 세금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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