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보해양조, 추락하는 점유율에 실적 부진 계속

사진=연합뉴스

지방 소주의 강자로 자리매김 했던 부산·경남의 '무학'과 광주·전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보해양조'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의 높은 점유율을 기반으로 수도권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도리어 안방 까지 뺏길 위기에 처한 것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학의 지난해 매출액은 연결기준 1937억원으로 전년(2505억원)대비 22.7% 감소했다. 영업손실 150억원을 기록, 적자전환했다. 2006년 ‘좋은데이’ 출시 이후 첫 적자다.

'잎새주', '매취순', '보해복분자' 등으로 유명한 보해양조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매출액은 820억원으로 전년(996억원) 대비 17.6% 줄었고 영업손실 11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보해양조는 2016년 영업손실 60억원을 기록해 적자를 기록한 뒤 2017년 21억원 영업이익을 냈지만 2년 만에 적자 폭이 커졌다. 2000년대 중반 광주·전남지역 70% 넘는 점유율 기록했지만 수도권 공략에 나선 틈을 타 하이트진로 참이슬이 지역 시장 공략에 나서자 점유율 절반을 뺐기고 말았다.

최재호 무학 회장. 사진=연합뉴스

무학은 알코올도수 16.9도 ‘좋은데이’ 출시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2015년 매출액을 2958억원까지 끌어올렸다. 한때 부산·경남 시장에서 80~90% 육박하는 견고한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2013년 과일리큐르가 인기를 끌 당시에는 전국 시장 점유율 약 15%를 차지하며 2위 롯데주류를 위협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막대한 판촉비를 투입하며 수도권 공략에 나선 상황에 대선주조와 하이트진로에 점유율을 내주며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 수년간 점유율이 계속해서 감소하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최재호 회장이 복귀를 선언했지만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한때 지역민들의 반감을 사며 바닥을 쳤던 대선주조가 살아나고 있고 하이트진로의 지속적인 지역 공략으로 무너진 안방 시장 점유율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임지선 보해양조 대표이사

보해양조는 계속되는 실적악화에 지난해 12월 2년 만에 조직 통폐합을 단행, 권고사직과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오너 3세 임지선 대표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매각설까지 제기될 정도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임 대표는 "근거 없는 악성 루머"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실적 부진 끝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과거 임직원 임금반납까지 단행했던 상황에 또 다시 권고사직이 단행되자 경영진의 책임없이 직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임 대표가 대표이사(부사장) 취임 첫해부터 적자로 전환됐고 무리한 주종 다변화 시도가 독이 돼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임 대표는 2015년 11월 보해양조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줄곧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였다. '아홉시반', '잎새주부라더', '부라더#소다', '복받은부라더' 등 창사 이래 가장 많은 신제품을 단기간에 쏟아내며 저도주·과실주시장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지역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수도권으로 확대하면서 영업활동비, 광고선전비 등 마케팅 비용도 덩달아 커졌지만 판매증가로 이어지진 못했다. 반짝 인기를 끌던 부라더#소다는 경쟁 제품에 밀려 판매량이 급감했고 임 대표의 야심작이었던 아홉시반도 8개월 만에 영업을 접는 굴욕을 맛봤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역시장의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수도권 공략에 나선 지방 소주 업체들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며 "경영진들의 책임있는 결단과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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