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하반기 반도체 업황 개선 여부에 주가 좌우

사진제공=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1분기 실적 악화를 예고했다. 그리고 5일 영업이익을 발표했는데 예상대로 ‘어닝쇼크’ 수준이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사상 최고점을 기록한 것과 상반된 결과다.

삼성전자는 5일 올해 1분기 잠정 실적공시에서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분기 59조2700억원보다 12.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분기 10조8000억원보다 42.6% 줄었다.

지난 3월 26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사업 환경이 좋지 못했다”며 “시장 기대치보다 올해 1분기 실적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미리 예고한 대로 올해 1분기 실적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런데 주식시장의 반응은 차분했다. 실적 쇼크가 선반영된 탓이다.

뉴욕증시에서 4일(미국 현지시각)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70포인트(0.12%) 상승한1,465.89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이 지수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반도체 제조·설계·유통·판매와 관련된 회사로 구성된 시가총액 가중지수이다. 인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TSMC, 퀄컴 등이 속해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 2000년 ‘닷컴버블’ 시기 최고치인 1299포인트를 2017년에 돌파했다. 이후 상승세가 계속 이어져 간밤에 뉴욕 시장에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도체 지수의 강세는 4차 산업혁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설명될 수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관련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고,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의 분야는 더욱 커질 전망이어서 반도체 지수의 낙관론은 여전하다.

이러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편승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그러나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하락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을 급격히 악화시켰다.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는 D램 고정거래가격은 개당 4.56달러로 전달 보다 11.1% 떨어졌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지난해 11월부터 하락세다.

메모리 가격의 하락세는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 12월까지 하락세를 타다 조정을 마무리하고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D램 가격도 이러한 흐름을 따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올해 투자 축소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는다. 월스리트저널(WSJ)은 반도체 업계가 공급 조절을 통해 메모리 가격 하락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주가도 반도체지수와 비슷한 흐름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 김경민 연구원은 “주가 모멘텀은 상반기 실적이 아니고 하반기 반도체 업황 개선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며 “4월말 실적 컨퍼런스 이전에 미국 및 대만 반도체 업체의 하반기 수요 전망이 긍정적이면 삼성전자 주가는 긍정적 흐름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