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근로자' 소득감소 우려도

(사진제공=연합뉴스)

주 52시간 계도기간이 종료돼 이달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주 52시간제 이후의 근로 환경은 기업 규모별로 '명암'이 엇갈린다.

종업원 1000명 이상의 대기업은 일찌감치 노동시간 단축 대응방안을 내놨다. 일부 기업에서는 퇴근 시간에 맞춰 PC전원을 끄도록 하는 피시(PC) 오프제를 도입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PC오프제를 전사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이전에도 제도가 있었지만 주 52시간 근로제 이후 시간을 6시로 앞당겼다. 근로시간 단축에 미리 준비를 했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다"고 말했다.

한화 케미칼은 2주 단위로 탄력근로를 할 수 있는 '인타임 패키지'를 도입했다. 빙과업계에서는 여름철 극성수기에 대비해 탄력근로제를 활용한 교대조 개편이나 생산직 추가고용 등도 계획하고 있다.

위메프는 포괄임금제 시행을 앞두고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포괄임금제는 야간, 연장근로 등 시간외 근로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한다.

포괄임금제 폐지 이후 초과노동시간은 44.4% 감소했다. 임직원 1명당 초과근로수당은 3배 넘게 올랐다. 전체연봉의 20%를 차지하던 고정연장근로수당을 기본급에 산입했기 때문이다. 

저녁의 풍경은 바뀌었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오후 6시 이후 문화센터 이용객은 전년대비 28%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신세계몰의 매출을 시간대별로 분석한 결과 오후 6시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3% 증가했다고 밝혔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이후 오히려 업무시간의 집중도가 높아진다는 얘기가 많다"며 "대신 저녁시간을 여가생활이나 자기계발에 활용하는 등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경제효과도 기대된다. 노동연구원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신규채용이 최대 17만 8000명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불능력이 충분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곳의 상황은 다르다. 300인 이상 사업장일지라도 영업이익률이 낮은 기업들에서는 '일자리 나눔' 취지에 맞게 적정시간 근로를 보장하기 어려다.

더욱이 인건비 변동에 민감한 300인 이하 사업장은 고용축소를 선택할 공산이 크다. 내년 1월부터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300인 이하 기업들은 주 52시간 노동으로 줄어든 인력을 충원하기보다 '자동화' 등의 대안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또한 대다수 기업은 여전히 추가 연장근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킨 '포괄임금제'를 시행한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노동자 10인 이상 기업체에서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는 곳은 52.8%나 됐다. 정해진 근무시간을 넘겨도 수당을 청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포괄임금제 도입이 임금인상으로 이어지는 만큼 종업원 1000명 이하의 대다수 중소·중견기업에서는 폐지를 망설일 가능성이 크다. 저임금 근로자들은 야근수당·연장수당 등을 통해 수당을 늘려왔다. 이에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될 경우 '투잡(two job)'을 뛰어 소득을 보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가장 우려 된다"며 "내년 1월 1일부터는 300인 이하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다. 근로자의 85%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만큼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전체 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 향상과 기본 소득수준 유지, 나아가 신규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중소기업의 상황이 열악한 만큼 주 52시간제도가 추가적인 고용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책들을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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