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노브랜드’.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브랜드 명까지 없앴다는 의미를 담았다. 노브랜드의 경쟁력은 가성비. 일반제조업체 브랜드보다 최소 20%~ 최대 60% 저렴하다. 2015년 본격적으로 출시된 이후 조미료, 제지, 식품,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없는 제품이 없을 정도로 제품군을 확장해왔다. 인기에 힘입어 매출도 껑충 뛰었다.

‘노브랜드’가 연일 이슈다. 이마트가 노브랜드를 가맹사업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이마트는 이미 직영체제로 노브랜드를 운영해 온 상황. 문제는 노브랜드가 가맹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이마트가 운영 중인 편의점 이마트24와 한지붕 ‘두 가맹점’을 운영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노브랜드가 편의점과 경계가 모호한 반면 출점제한 자율협약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노린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마트PL-> 직영점-> 가맹사업 '꼼수'

서울의 한 이마트 매장에 노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다음달 말 경기 군포 산본역 인근에 노브랜드 1호점 문을 연다. 이마트가 가맹점 형태의 노브랜드 매장을 여는 것은 지난해 12월 가맹점 진출을 선언한 후 처음이다. 이마트 PL브랜드로 시작한 노브랜드는 그동안 직영점 형태로만 운영돼왔다.

노브랜드 가맹점은 다음달 울산 2호점을 시작으로 5월까지 경남 창원 등 매장이 3~4개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노브랜드가 가맹사업에 나서자 업계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말 과당 경쟁을 피하기 위해 ‘근거리 출점 자제를 위한 자율규약’을 맺은 상태에서 노브랜드만 빠지게 됐기 때문.

노브랜드는 ‘상품공급점’ 형식을 갖추고 있어 담배판매권과 상관없이 어느 곳이든 출점이 가능하다. 반면 기존 편의점들은 새로 매장을 내려면 지자체별로 정하고 있는 50~100m의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를 피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직영체제를 표방한 가맹사업으로 대기업 스스로 유통 질서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편의점 이마트24가 출점거리 제한으로 공격 확장이 어려워지자 가맹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열사인 ‘이마트24’ 역시 반기를 들고 있다. 아무리 계열사지만, 기존 매장 인근에 문을 열면 가맹점주 반발과 매출 피해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마트 측이 노브랜드 매장 육성을 위해 이마트24에서 팔던 노브랜드 제품을 진열대에서 빼고 있다는 점.

이마트 측은 대체 제품인 '아임e'로 매출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점주들은 본사의 일방적인 정책에 불만이 쌓이고 있다. 또 노브랜드와 기존 편의점은 업태의 차이가 있지만, 가맹사업을 본격화하면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마트24를 운영 중인 한 가맹점주는 “점주 중에는 분명 노브랜드 매출 이점을 보고 이마트24 매장 운영을 결정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출점 권유 때는 강력한 PB제품을 갖춘 이마트24의 경쟁력을 내세우더니 해당 제품을 다 빼면 뭘 팔라는 건지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정용진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정용진 부회장 경영능력 물음표..곱지 않은 시선도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부호를 제기하고 있다. 혁신을 표방한 노브랜드와, 기존에 없던 다른 형태의 편의점 이마트24를 내놓았지만 결국 꼼수와 계열사간 땅따먹기식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노브랜드는 캐나다 유통업체가 선보인 노네임이라는 것과 비슷해 베끼기 논란도 일고 있다. 해외 다양한 시설과 운영방식을 벤치마킹했다는 게 정 부회장의 설명이지만 일각에선 거의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상품의 진열과 구성 등을 볼 때 베끼기에 더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혁신을 내걸며 많은 신사업을 내놓았지만 사실상 창조적인 사업은 거의 전무하다”며 “이마트24 계약기간이 올해부터 만료되면서 안 그래도 이탈을 희망하는 점주들이 늘고 있는데 노브랜드까지 가맹사업에 나선다면 두 사업 모두 죽이는 꼴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