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의 기준은 SK텔레콤이 정한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1위 사업자이기 때문에 과확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요금제 인가를 받고, 이를 참고해 KT와 LG유플러스가 요금제를 신고한다. 올해부터 5세대(G) 통신망 시대가 열리면서 새로운 요금제도 당연히 SK텔레콤이 설계를 맡았다. 이미 지난 5일 과기정통부에 1차 인가를 신청했으나 이런저런 문제로 반려됐다. 아마 통신요금 부담 경감을 약속한 현 정부의 태도가 일정 부분 반영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SK텔레콤이 25일 재인가를 신청한 5G 요금제에 5만원대 중가 요금제가 포함됐다는 소식을 고려하면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앞서 SK텔레콤이 제출한 요금제는 최저 요금제가 7만원대 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보통 기기 값을 포함해 2년 약정으로 계약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달 내야 하는 금액이 10만원을 훌쩍 넘긴다는 얘기다. 아마도 5G 초기에는 비싼 요금제 때문에 일반 사람은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과기정통부도 통신요금 인가제를 도입한 1991년 이후 처음으로 통신사가 제출한 요금제 신청을 돌려보내면서 "너무 대용량, 고가로 구성돼 이용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질 좋은 서비스를 최대한 싸게 이용하길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산업적 측면에서는 요금제 논란이 씁쓸하다. 우리가 각종 논란을 겪으며 사업 속도가 느려질 때 경쟁자들은 성큼 앞서 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화웨이'로 대표될 만큼 5G 장비 부문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 그뿐만 아니라 5G 요금제도 1만원도 안 되는 패키지를 선보였다. 정식 요금이 아니라 시험용 요금제이지만 정식 요금제로 확정될 가능성도 있다. 초창기 손해를 보더라도 우선 가입자를 끌어모아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일 수 있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5G 요금제의 주인공은 차이나모바일이다. 5G 공개 시험 운영을 시작하면서 5TB(1TB=1024GB) 데이터를 월 50위안(약 8500원)에 사용할 수 있다. 미국 최대 이통사 버라이즌도 다음 달 11일 5G 서비스를 시작하지만 75GB 데이터 요금은 10만원을 웃돈다.

누가 과연 세계 최고의 5G의 경쟁력을 가졌을까. 복잡한 기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라도 '요금제'만 본다면 답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마치 "이래도 중국산 통신제품 안 쓸래"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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