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연합뉴스

2015년 3월 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리커창 총리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7% 안팎'으로 제시했다.

전년도 하반기부터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하면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확산하자 진화에 나섰던 것이다.

언론은 중국이 '바오치(保七·7%대 성장률 유지)'를 선언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그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6.9%에 그쳤다.

1991년부터 시작된 성장률 7% 이상의 고도 성장기가 25년 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도 9.6%의 성장률을 달성했던 중국이다.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1·2차 산업은 역성장한 반면 서비스업 등 3차 산업은 8% 이상 성장했다. 수출 주도형 발전 전략으로는 지속 성장이 쉽지 않다는 게 확인됐다.

중국의 경제 구호는 '양적 성장' 대신 '질적 성장'으로 바뀌었다. 광활한 내수시장을 적극 육성하며 GDP에서 대외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 나갔다. '세계의 공장' 타이틀을 버리고 '세계의 시장'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2016년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6.0~7.0%'로 발표하며 7%대 성장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최종 성적표는 전년보다 더 떨어진 6.7%.

이듬해인 2017년 3월 전인대에서 리커창 총리는 '6.5% 안팎'의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했다. 더이상 7% 성장률 달성이 어렵다는 걸 시인한 셈이다.

이때부터 '바오치' 시대에서 '바오류(保六·6%대 성장률 유지)' 시대로 전환됐다. 2017년 성장률은 6.8%로 전년 대비 소폭 반등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다시 위기가 닥쳤다.

중국 경제의 위기를 초래한 주범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쳐 글로벌 경제를 얼어붙게 만들더니 급기야 중국을 향해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미국이 다방면에 걸쳐 압박을 가하자 중국 기업이 경영난을 겪게 되고 고용·소득이 줄어 내수까지 위축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

지난해 성장률은 6.6%로 2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 돈으로 1경5111조원에 달하는 덩치(GDP)로 6%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한 상황을 위기로 볼 수 있는 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다.

다만 미중 갈등과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올해 전인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정확히 말하면 리커창 총리가 정부 업무보고에서 발표할 경제 성장률 목표치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복잡하고 엄중한 정세, 도전과 위기의 증가, 격전을 치를 각오 등의 수식어와 함께 등장한 새 목표치는 '6.0~6.5%'.

목표치 구간의 최하단인 '6.0%'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숫자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강변하지만, 중국 수뇌부는 성장률 마지노선을 6%로 설정했다.

6% 밑으로 떨어져 바오류까지 무너질 경우 중국 경제를 둘러싼 온갖 비관론이 터져 나올 것을 우려한 듯하다. 올해 경제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6%대 유지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 수뇌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디레버리징(부채 감축)과 부실기업 정리, 산업 고도화 등을 추진하던 와중에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양적 완화 정책을 펼쳐야 하는 상황과 맞닥뜨린 것이다.

리커창 총리는 업무보고를 통해 적자재정 확대, 대형 인프라 개발 투자, 대규모 감세 등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그 폭은 최소화하려고 노력한 흔적도 엿보였다.

이번에 발표된 조치들을 앞세워 무난하게 6%대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아니면 더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게 될까.

리커창 총리는 2015년 때처럼 또 다시 '양치기 소년'이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이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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