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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간 라면시장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농심이 잇단 경쟁사들의 도전에 긴장하고 있다.

라면시장에서 만년 2위였던 오뚜기가 최근 개선된 기업이미지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무기로 농심의 아성을 위협하자, 농심은 '신라면 건면'을 방패로 꺼냈다. 신라면 건면은 칼로리를 기존 라면의 70%수준으로 낮춰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는데 집중한 제품이다.

경쟁사인 오뚜기와 삼양식품 등의 시장점유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데 따라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을 통해 흐름을 뒤집으려한 것이다. 오뚜기가 자사 대장 제품인 '진라면'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농심도 자신들이 보유한 최고의 무기를 앞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농심의 점유율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70%에 달했지만, 오뚜기 의 추격이 본격화되면서 2014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농심의 시장 점유율은 58.9%, 2015년 57.7%, 2016년 53.9%, 2017년 52%로 내리막이다.

반면 같은기간 오뚜기는 2014년 18.3%, 2015년 20.4%, 2016년 23.2%, 2017년 25.6%로 계속 상승 중이다.

라면시장의 절대강자였던 신라면 입장에서는 시장점유율 50%가 무너질 위기를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다. 특히 최근 오뚜기가 쇠고기미역국라면 등을 통해 더 거세게 공세하기 시작한점도 농심을 더욱 코너로 몰았다. 또 3위인 삼양식품의 약진 역시 농심에게는 부담 요인이다. 삼양식품의 점유율은 지난 2016년 10.7%, 2017년 11.1% 이어 지난해 3분기 14.6%까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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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이 치열하게 방어하는 상황에서 예상 외의 변수가 나타났다. 이는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풀무원이다.

지난달 28일 풀무원은 비유탕 건면 브랜드 '생면식감'의 판매확대를 위해 충북 음성 라면공장의 생산라인을 일 17만개에서 37만개 생산규모로 2배 이상 증설하고, 건면 라면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섰다고 밝혔다. 하필이면 농심이 승부수를 던진 건면과 영역이 겹친다.

풀무원은 생산시설 증설과 함께 새롭게 획득한 건면제조 특허를 바탕으로 국내 최고수준의 기름에 튀지지 않아 칼로리를 대폭 줄인 건면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영역에 이어 콘셉트까지 겹친다. 풀무원이 라면보다 일반 식품 제조업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

풀무원의 경우 이미 건면인 '육개장칼국수'로 2016년 이후 대박을 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비유탕 건면 시장규모는 풀무원 육칼의 성공 이래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육칼을 출시한 2016년 국내 비유탕 건면 시장은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1400억원 시장 규모로 성장했다.

농심이 '벼랑 끝'까지 몰린 것이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눈에 띄는 활로도 잘 보이지 않는다. 농심으로선 현재 상황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농심이 해외시장에서 꾸준히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과 비교했을 때 당장 큰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결국 답은 국내 시장으로 보인다. 특히 농심이 쟁쟁한 경쟁자들의 도전을 막아내기 위해선 보다 공격적인 영업과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가성비 개선이 필요하다. 침체된 경제 분위기 속 최고의 마케팅 수단은 '웰빙'이 아닌 가성비이기 때문이다.

라면시장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고고했던 농심이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압도적인 '왕'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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