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마을이 있다. 이 마을 도깨비는 모두 눈이 하나다. 그런데 눈이 두 개인 도깨비가 이 마을에 오게 된다. 이 도깨비는 그날부터 '비정상'이 된다. 모두가 눈이 하나 뿐이니 두 개의 눈을 가진 이 도깨비는 비정상일 수밖에 없다.

동화 속에 등장하는 눈이 두 개 달린 도깨비와 '수소경제'를 국가 산업의 주요 아젠다로 제시한 한국 정부가 오버랩됐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정부가 제시한 '수소경제'는 틀린 것이 아니다. 사전에선 수소경제를 '화석연료인 석유가 고갈돼,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가 주요 연료가 되는 미래의 경제'라고 정의한다. 정부가 천명한 수소경제도 나쁘지 않다. 그 어떤 동력보다 친환경적인 수소를 이용해 42만개의 일자리는 물론 미세먼지, 에너지 전환까지 일거에 해결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울산 남구 울산시청에서 열린 전국경제투어 '수소경제와 미래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수소경제 전략보고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걱정은 그것이 제 아무리 '정상'일지라도 모두가 '비정상'이라고 치부할 경우다. 토마스 프리드먼은 일찍이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통해 세계화가 일시적인 추세나 유행이 아닌 하나의 국제체제라고 설파했다. 지금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주장하는 수소경제는 '비정상'으로 보인다.

정부가 말하는 수소경제의 핵심은 '차(車)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구상은 결국 원자력발전을 통해 얻는 전기 대신 수소를 동력으로 쓰는 수소차 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들고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래차의 유력한 동력은 '수소'가 아닌 '전기'라는 점이다. 전기차는 이미 수소차를 앞서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2030년이면 내연기관차의 수요가 현재의 40%까지 줄고, 전기차가 이를 대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의 시장 중국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전기차로 결정한 것처럼 보인다.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2012년 1만2000여대에서 2017년 77만여대로 늘었다. 지난해에만 약 103만대가 팔려 전년 대비 88.2% 늘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방향을 틀어야 한다. 세계가 미래차의 동력을 전기라고 하는데 우리만 수소를 고집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수출비중이 50%에 육박하는 나라에서, 반도체 다음으로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큰 자동차 산업을 전세계 흐름과 외따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지금은 수소경제가 아닌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를 늘려야 할 시점이다. 눈 갯수를 두고 다툴 때가 아니다. 이미 많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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