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공개 제안서로 한진그룹에 지배구조 개선 요구

조양호 회장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로 인한 한진그룹의 기업가치 하락에 제동을 건 것이 시작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강성부 펀드'로도 불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그룹에 '총수(대주주) 일가 관련 위험요인을 줄이고 계열사 기업가치를 높이라'는 공개 제안서를 보냈다. 

특히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제고를 요구했다. 

이중 관건은 '지배구조 개선'이다. 그동안 '땅콩 회항', '물벼락 갑질' 등으로 잇달아 말썽을 일으킨 조양호 회장 일가의 영향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조양호 회장은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KCGI는 재발을 막기 위해 중대 현안을 검토·심의할 '지배구조위원회'와 임원평가 기구인 '보상위원회',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임원 선임을 맡을 '임원추천위원회'의 도입을 요구했다. 오너 리스크를 제거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것.

실제 KCGI는 "한진그룹의 대주주 리스크는 그룹 전체 기업가치의 심각한 디스카운트 요인"이라고 지목하며 조양호 회장 일가를 압박했다.

다만, 이번 KCGI의 압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주주들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KCGI는 산하 투자목적회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 10.81%, 한진 지분 8.03%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조양호 회장(17.70%)과 특수관계인들은 한진칼의 지분 28.70%를 가지고 있다. 한진은 한진칼(22.19%)과 조양호(6.87%)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이 34.59%다

KCGI는 지분이 한참 모자르지만, 다른 주주들이 동참하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밸류한진' 홈페이지를 열고 다른 주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로 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가세하면 승산이 있다는 평이다.

이미 국민연금도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 검토 계획"이라며 관심을 드러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진그룹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여부가 관심"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결단을 요구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한진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주주들의 공감대가 높다"며 "이번 사모펀드의 공개 제안을 조 회장 일가가 얼마나 받아들일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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