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금융권에 감원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습니다. 주요 시중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를 가리지 않고 희망퇴직을 검토 중이거나 이미 명예퇴직을 시행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눈에 띄는 주장이 있습니다. 금융권이 사상 최대 실적 등 경영성과가 좋은데도 대규모 감원에 나서는 게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란 얘기입니다.

일반적으로 실적이 좋으면 사람을 더 늘려야 하는 데 줄인다고하니 얼핏 보면 그럴듯해 보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러나 금융권 주변에 있는 사람이라면 엉터리 같은 소리를 한다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권에 대한 관심이 조금만 있어도 같은 생각을 할 것입니다.

금융회사가 인위적인 감원을 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업무 환경 변화입니다.

은행 지점을 찾아 번호표를 뽑고 돈을 입·출금하는 대신 어디서든 스마트폰 몇 번만 누르면 해결되는 것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일상이 됐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금융거래 확대로 일반 개인 고객이 은행 지점에서 직원의 얼굴을 마주할 일이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증권사는 여기에 더해 위탁매매에 의존했던 사업구조를 투자은행(IB) 등 본사조직 중심으로 바꿔야 하는 시점입니다.

금융회사는 그만큼 지점과 일반 고객을 응대할 직원의 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국내 경제가 고성장세를 벗어난 지 이미 오래고 금융업도 가파른 성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처음 음식점을 개업해 손님이 많아지면서 매장 규모를 키우고 직원수를 늘리다가 정점이 되면 더는 확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손님이 이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사람이 손으로 하던 일을 대체할 기계나 시스템을 도입했다면 직원수를 줄이는 게 당연합니다. 숫자를 줄이기 어렵다면 비용 절감을 위해 상대적으로 급여가 적은 인력으로 대체할 것입니다.

금융회사도 다를 게 없습니다. 지금의 희망퇴직은 경영 효율성을 위한 선택이지 아들에게 일자리 주려고 부모를 쫓아내는 게 아니란 뜻입니다. 회사 차원에서는 희망퇴직에 들어갈 비용을 생각하면 실적이 좋을 때가 적기입니다.

여기에는 구조적으로 인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해 일반적인 퇴직보다 상대적으로 더 좋은 조건으로 회사를 떠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수요도 있습니다. 물론 희망퇴직을 통한 대규모 감원을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은 사람의 숫자가 훨씬 많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학업을 마치고 경제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청년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노후도 대비해야 하는 중년 모두에게 소중합니다. 그리고 절실합니다. 청년의 일자리와 중년의 일자리 중 어느 게 더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청년과 중년의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주장을 아무렇지 않게 별 고민도 없이 내뱉는 것은 스스로 사회악임을 자임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무책임한 한마디가 사회구성원들이 더불어 잘 살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수많은 사람에게 경험하지 않아야 할 고통을 주는지 한 번만이라도 생각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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