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주 52시간 근로제' 실태조사 발표...왜?

 기업들의 '적반하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미 6개월의 처벌 유예기간(계도기간)을 허용했음에도 법을 지키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법을 다시금 고쳐 유예기간을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근대 국가의 기틀이 '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시행을 3주 앞둔 '주 52시간 근로제'를 두고 하는 얘기다. 지난 7월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했고, 무려 반년이나 유예기간을 줬음에도 범법행위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1일 발표한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기업실태 조사' 결과는 뻔뻔하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상의는 지난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받는 대·중견기업 317개사를 대상으로 실제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더니, 4곳 중 1곳이 아직 주 52시간 초과근로를 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법 시행이 3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저의가 너무 뻔해 보는 이가 민망할 정도다.

 

 

 비단 상의만 이런 주장을 한 게 아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300인 이상 사업자 3358곳에서 일하는 직원 250만명 중 주당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근로자수는 10월말 현재 19만명으로 전체의 7.6%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총은 근로시간 단축 직전인 6월에도 주당 52시간 이상 일을 한 근로자수가 19만명이었다며, 제도 시행 전과 후에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업무 특성상 주 52시간제를 지키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법대로라면 새해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어기는 고용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재계가 현 시점에서 이런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겁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현재 국내 대·중견기업 사업주의 25% 혹은 국내 300인 이상 사업주 3358명이 법을 지키고 있지 않고 있는데 이들을 정말 범법자로 만들겠냐는 식 아닌가. 그들이 '초법적 단체'라고 비난하는 어느 단체와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기업들이 주 52시간 근로제의 대안이라고 꼽고 있는 탄력근로제 역시 사실상 반년이란 시간 스스로 노력한 것은 하나도 없다. 역설적이게도 이날 상의 발표에서 잘 드러난다. 탄력근로제 도입은 노사합의가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 따르면 탄력근로제를 실제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23.4%밖에 되지 않는다. 정작 현행 3개월짜리 탄력근로제에 대한 합의 노력도 하지 않는 기업이 단위기간을 1년으로 늘려달라고 정치투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니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11월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를 내년 1월까지 끝내고 국회에 최종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1월에 경사노위 안이 나오면 2월 임시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가 결정될 전망이다. 재계에선 두 달 간의 공백을 걱정한다. 정부가 기업과 대결해선 안되지만, 법은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는게 맞다. 두 달 간 해당 기업의 직원이 "주 52시간을 넘겨 일했다"고 당국에 신고하면 법대로 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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