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들어 연준의 긴축완화 신호 등장과 12월 초의 G2 정상회담은 이전과 달라진 환경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이후, 특히 10월에는 미국의 매파적인 통화정책 신호와 미·중 무역분쟁 심화가 크게 두 가지 경로에서 이머징마켓 증시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11월 들어 두 가지 경로에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상대적으로 낙폭이 커진 이머징마켓의 주가 이격축소 국면 전개 가능성이 기대된다.

첫 번째, 연준의장의 입장 변화와 11월 FOMC 의사록 내용은 금리인상 신중론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 9월 FOMC 회의 당시 연준의 점도표에서는 내년에 세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리고, 2020년 한 차례 올린 후 인상 중단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10월 초 기준금리가 아직 중립금리와 멀리 떨어져 있다고 발언했다. 금융시장에 긴장감을 조성했던 연준의장이 11월에는 기준금리 수준이 중립 금리 바로 밑이라고 번복해 긴축완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두 달여 만에 달라진 연준의장 발언만으로 연준의 스탠스 변화를 예단할 수는 없기에 12월 FOMC 회의(12월 18일~19일) 결과 확인은 아직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미국 금리선물 시장에서 연준의 12월 금리인상 확률은 80% 전후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11월 FOMC 의사록 내용에서도 내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신중론이 확인되고 있고, 내년 금리인상 전망에 대한 확률이 최근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어 12월 FOMC 회의에서 점도표의 하향 조정 가능성이 기대된다.

올해 연초 3%대였던 30년 만기 미국 모기지 금리가 최근 5%에 근접한 가운데 주택판매 지표가 둔화되고 있는 점은 연준의 입장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부담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환경이다. 미국의 시간당 임금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물가상승 압력이지만, 노동생산성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향후 임금 증가 속도가 완만해질 가능성이 잠재한다.

또한 아직 유동적이지만, G2 무역분쟁의 휴전 합의 및 최근 국제유가의 급락 흐름은 미국의 기대 인플레 하락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미국 경기가 역대 최장이었던 10년 호황 수준에 근접하고 있어 경기 Peak out 문제가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게 한다면 이는 증시에 호재로만 평가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 지속 및 아직 낮은 경기침체 확률 전망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내 미국 경기 Peak out 가능성은 아직 낮은 수준으로 관측된다.

주요 기관들의 올해와 내년 미국 GDP 성장률 전망 역시 최근 완만한 둔화 전망이 우세하고, 미국 장단기 금리차는 아직 '+' 구간에 머물고 있다. 연준의 긴축기조 완화 스탠스가 보다 확실해질 경우 미국 및 글로벌 증시에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두 번째, 지난 주말 G2 정상회담에서 미·중 정상은 90일간 무역분쟁을 휴전하고 이 기간에 무역쟁점 해소를 위한 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 협상이 실패로 끝날 경우 미국은 당초 예정대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키로 했다는 점에서 향후 양국 실무진의 세부 협상 과정과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겨진 리스크 요인이다.

그러나 이번 G2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간의 갈등이 단번에 극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당초 크지 않았다는 점과 적어도 미국과 중국이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G2 추가 관세 부과 리스크가 단기 봉합된 점은 G2 정상회담 이전 대비 시장의 투자심리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당분간 미국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수 하락 및 이와 역관계인 이머징마켓 증시의 반등 기대요인이다.

올해 하반기 들어 G2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의 수출 둔화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컸지만, 지난 10월까지 중국의 수출은 시장예상치를 넘어서고 있다. 또한 같은 기간 미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오히려 확대돼 미국은 여전히 최종 소비국의 역할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이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보호무역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은 여전히 경계요인이지만, 최대 소비국인 미국의 경기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수출이 11월까지 7개월 연속 5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는 점과 당분간 G2 무역분쟁 확전이 유예된 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G2 무역분쟁이 심화된 올해 하반기 들어 중국뿐만 아니라 중국향 수출 비중이 높은 대만과 한국증시의 주가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점에서 G2 무역분쟁의 단기 봉합은 당분간 해당국 증시에 대한 수혜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신흥국 증시의 선진시장 대비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비율) 할인율과 한국증시의 신흥시장 대비 PER 할인율은 2006년 이후 하단 수준으로, 상대 PER의 저평가 폭이 심화된 상황이다. 또한 선진국 시장에서는 11월 하순 들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순유출이 관찰되는 반면, 신흥국 시장으로는 11월 들어 연이은 자금 순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대외 리스크 완화시 이머징마켓의 주가 복원력이 상대적으로 강해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올해 하반기 들어 큰 폭으로 하락한 국내증시는 GDP성장률이 역성장하거나 급격히 둔화되는 경기침체 상황이 아니라면, 추가적인 주가 하락보다는 하방압력 완화 및 일정부분 반등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근 국내외 경제기구들은 한국의 성장률 수준을 경기침체보다 둔화로 전망중이며, 내년 성장률에 대한 컨센서스 밴드는 2.3%~2.8%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이머징마켓의 주가 복원이 시도되는 국면에서 한국증시 역시 같은 방향의 반등 시도 가능성이 기대된다.

다만, 12개월 예상EPS(주당순이익) 상대강도는 선진시장 > 시흥시장 > 한국증시의 순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이머징마켓의 주가 복원 시도가 발생하는 국면에서 한국증시 주가지수 역시 같은 방향성을 보이되, 주가 복원력의 강도는 신흥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완만할 가능성을 내비치는 부분이다.

또한 한국증시의 분기별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컨센서스는 실적 레벨이 올해 3분기 고점 형성후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실적 전망 컨센서스를 고려하면 당분간 주가지수 반등이 시도되더라도 이번 흐름을 새로운 상승 추세 싸이클 진입으로 기대하기보다는 일정부분 주가 이격 축소를 시도하는 국면 진입으로 해석하는 대응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유화증권 투자분석팀 김승한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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