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의 중과실로 매매거래가 정지된다고 발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거래소,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유지·매매 재개.'

머지않아 언론에 도배될 한국거래소발 기사의 제목입니다. 이런 내용의 발표가 예고된 것은 아닙니다. 예상일 뿐입니다. 틀릴 가능성이 거의 없는.

거래소는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 고발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주식시장에 그대로 둘지 아니면 퇴출할지를 가리는 심사를 진행 중입니다. 회계 처리 위반 금액이 자기자본의 일정 정도를 넘으면 거래소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하게 됩니다.

거래소는 우선 자체적으로 상장 자격이 되는지 판단한 뒤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를 받을 계획입니다. 상장 유지 결정을 하면 기심위에 올리지 않아도 되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거래소는 기심위를 통해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인증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유지 전망의 가장 큰 근거 중 하나는 중요한 상장 요건인 기업의 계속성. 쉽게 말해 망할 회사가 아니란 것입니다. 워낙 덩치가 커 상장 폐지될 경우 후폭풍이 거셀 것이란 점도 근거 중 하나입니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이런 전망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큽니다. 사실상 기정사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거래소는 상장 적격성 판단을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 초에 내놓을 계획이고 기심위도 가능한 한 빨리 열어 최종 결과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고 예상한 기간 내에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거래소의 이런 움직임은 상장폐지가 아니란 결론을 짐작게 합니다. 시장에서 퇴출하려면 그 전에 기업에 해명할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합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폐지가 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생각하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빠른 결정이 어렵습니다.

거래소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자료 외에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별도의 자료나 해명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거래소가 들여다보고 있는 재무제표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출한 수정 재무제표가 아닙니다.

만약 상장폐지 결정을 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의제기를 하고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일입니다. 하지만 상장유지 판정을 하면 별다른 문제가 안됩니다.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이 최근 국회에서 재무제표를 수정해도 자본잠식이 안 된다고 발언한 것도 상장유지란 결론이 사실상 예정됐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분식회계를 했지만 퇴출할 만큼 망가질 회사는 아니란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선위의 결정에 대해 법원에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하면서 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심사에 대해서는 소송을 내지 않은 것도 상장유지를 짐작게 합니다.

물론 거래소가 아직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송을 하는 것보다는 불리한 조치가 내려진 뒤 소송에 들어가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은 있습니다. 그러나 희박하더라도 상장폐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면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삼성그룹 입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문제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작은 것이라도 불리할 수 있는 어떤 이슈도 방어할 필요가 있으니 말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반드시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해진 규정과 절차, 요건에 따라 판단했을 때 시장에 있을 자격에 미달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상장 유지가 돼야 합니다. 투자자의 재산권 행사와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매매거래를 하루라도 빨리 풀고 정상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가 소리만 요란했던 그리고 투자자들만 불안했던 일이었다는 생각을 지우기 쉽지 않아 입맛이 씁쓸할 뿐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증선위원장, 거래소의 움직임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느낌도 혼자만의 착각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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