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지난달 29일 2000선이 무너지면서 연내 최저치(종가 기준)로 떨어졌다./사진:한국거래소

 

"바보야 문제는 배당이야."

국내 주식시장이 대외 충격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일이 반복되는 그리고 늘 저평가란 분석에도 좀처럼 힘차게 오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연초만 해도 2600선을 돌파하면서 날아갈 듯했던 코스피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지난달에는 역대급 폭락을 경험했고 현재는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국내 증시는 우상향을 기대하기 어렵고 제자리걸음만 반복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사실상 상승세를 예상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해 증시를 무너뜨린 것은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등 대외 요인입니다. 그나마 좋았던 실적도 내년에는 어두운 전망 일색입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으니 기업실적과 증시가 대외 요인에 흔들리는 것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신뢰 기업의 성장을 공유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국내 증시가 부침은 지금보다 훨씬 덜할 것입니다.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회복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고진감래의 마음으로 위험을 감수하면서 단 열매를 기다릴 수 있으니 말입니다.

최근 전문가들이 하나 같이 내놓은 국내 증시에 대한 진단과 활황을 위한 처방이 배당이란 이름으로 함축된 주주환원정책에 있다는 것이 이런 점을 방증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시의 주요 지지선 역할을 했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가 붕괴된 원인을 기업의 높은 이익잉여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004년 이후 코스피는 PBR 1배가 강한 지지선이 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급락장에서는 PBR이 0.88배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 성향이 낮은 한국기업의 높은 이익잉여금 비중은 장부가 할인 요인"이라며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일반 주주에게 이익잉여금은 손에 쥘 수 없는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도 곳간에 쌓아놓기 바쁘다보니 일반투자자가 과실을 공유할 수 없다는 인식이 굳어지고 주가가 흔들리면 자금을 빼기 바빠지니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고 증시 전반이 부진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현대차증권은 2011년 이후 16.7%인 코스피 배당 성향이 30%로 높아지면 코스피가 9.4%는 더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밖에도 많은 기관과 전문가들이 주주와 이익을 나누지 않는 국내 기업의 성향이 증시 부진의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국내 증시가 늘 저평가란 딱지를 떼지 못하는 핵심 원인은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아니라 기업공개(IPO)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상장사의 최대 주주가 여전히 회사를 개인의 것으로 착각하는 데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업공개는 '내 회사'의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 '우리 회사'가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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