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오른쪽)./사진: 연합뉴스

 

'신한 사태' 지금으로부터 10년에 조금 못 미치던 때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일이 다시 세상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신한 사태는 2010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측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신한금융그룹 경영권을 두고 고소·고발로 이어진 사건입니다. 진흙탕 싸움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양측의 다툼은 당사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한동우 회장이 선임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한동우 회장은 임기 내내 신한 사태 정리에 골몰했습니다. 후임인 조용병 현 회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을 선임도 신한 사태 그림자 지우기에 방점이 있었습니다.

한동우 회장은 위성호 행장 내정 후 기자들과 만나 "(신한 사태) 7년 굴레를 벗어나 미래를 보고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누가 제일 최강팀인지를 논의했다"며 "조용병 회장과 위성호 행장은 신한이 구상할 수 있는 최강의 팀"이라고 말했습니다.

파벌에서 중립적인 성향인 조용병 회장이 그룹의 선장을 맡기고 과거 파벌과 관계 없이 능력이 검증된 위성호 행장을 중용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신한 사태에서 벗어났음을 증명하려 한 것입니다.

하지만 한동우 회장이 임기 6년 동안 힘을 쏟은 신한 사태 지우기는 헛수고가 됐습니다.

신한 사태를 수면위로 떠오르게 한 것은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입니다. 과거사위는 라응찬 전 회장, 이백순 전 행장, 위성호 행장 등 신한금융 전·현직 임직원 1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권고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신상훈 전 사장을 무리하게 기소했고 재판과정에서 라 전 회장 등이 신상훈 전 사장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조직적으로 한 사정을 파악하고도 검찰이 이를 방치한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10년 가까운 노력으로 겨우 지워낸 신한 사태가 되살아났다거나 신한이 검찰 개혁의 유탄을 맞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명백히 잘못된 평가입니다. 겉만 멀쩡해 보이도록 감싸고 치료하지 않은 상처가 다시 밖으로 드러났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조용병 회장의 채용 비리가 이런 사실을 증명합니다. 조용병 회장은 신한은행장 때 라응찬 전 회장으로부터 조카 손자의 입사 청탁을 받고 합격시켰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라응찬 전 회장의 조카 손자는 학점과 적성검사 등에서 합격이 어려운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신한 사태를 계기로 뒤로 물러난 라응찬 전 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방증입니다. 신한 사태 당시 신한금융 회장 선임은 친라와 반라 구도로 전개됐는 데 한동우 전 회장은 친라 진영의 후보였습니다. 

라응찬 회장이 '제왕'에서 '킹메이커'로 변신했다는 평가가 나왔던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한동우 전 회장이 라응찬 전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한동우 전 회장과 신한금융은 이런 고리를 애써 부정해왔지만 지금 돌아보면 아닌 척하기 위해 애를 썼던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신한 사태를 수습한다는 것은 사실상 라응찬 전 회장이 완전한 그림자로 남을 수 있도록 덧칠을 하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립적이라던 조용병 회장도 라응찬 전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는 정황이 있으니 더욱더 그렇습니다.

신한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겉만 그럴듯한 말로는 끝낼 수 없습니다. 아직도 신한을 쥐고 흔드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그대로 있다면 신한 사태는 영원할 것입니다.

다만 사리사욕에 눈먼 리더와 그들의 거짓으로 가득한 기업이 영원할 수는 없으니 신한의 이름과 함께 사라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사필귀정.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길로 돌아옵니다. 언제까지나 잘못을 덮어두고 상처를 치료하지 않으면 계속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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