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성동구치소 부지 등 20여개 택지후보로 검토

박원순 서울시장 / 사진제공: 연합뉴스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놓고 정부와 서울시의 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도심 내 6만호 이상 공급 카드를 내밀었다. 이를 통해 그린벨트를 사수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가 물량 확대 측면에 의미를 두고 이를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19일 서울시와 국토부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도심 내 유휴부지를 택지로 개발해 6만호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마련해 국토부와 조율하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 등 시유지·유휴부지·사유지가 포함된 20여개 부지가 택지 후보지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심 내 유휴부지를 택지로 조성하면 대규모 단지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그린벨트 해제로 인한 부작용을 막으면서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며 "최대한 도심에서 많은 공급량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단지를 조성하면 대중교통망 등 도시 인프라를 새로 까는 데 비용이 들고 시간도 상당히 걸린다. 그러나 도심 내 유휴부지에 주택공급을 하면 이미 깔린 교통망, 생활편의시설,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낫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도심 역세권 용도지역 변경, 상업지역 주거비율 상향 등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량을 확보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그린벨트 해제 논리가 어느 정도 힘을 잃는 것은 사실이다.

앞서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린벨트를 풀지 않고도 택지를 공급할 수 있다면 해제할 이유가 없다"며 "무엇보다 그린벨트 해제가 집값을 잡는 데 효과가 있는지, 오히려 투기 열풍을 확산할 가능성이 있지 않은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는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택지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부동산시장에 그린벨트 해제라는 강력한 시그널을 줘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린벨트가 '최후의 보루'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서울시는 해제 시 투기심리 확산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2013년 분양된 세곡2 보금자리지구 1단지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4억3000만∼4억4000만원대였는데, 최근 실거래가는 14억원으로 뛰었다.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으로 지난 18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떠나기 전날까지 여당 의원, 정책위의장 등과 접촉해 그린벨트 해제 이외의 주택 공급책을 써야 한다는 설득을 이어갔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박 시장은 남북정상회담 공식 수행원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평양에 함께 머물고 있다. 오는 21일 발표를 예고한 공급대책은 두 사람이 서울에 돌아오는 20일 늦은 밤까지 막판 조율을 거친 뒤 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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