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내에선 '부루마블'로 더 많이 알려진 보드게임 '모노폴리'는 자본주의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좋은 도구다. 

주사위를 굴려 좋은 땅(나라)을 먼저 매입하는 자가 유리하다. 좋은 땅을 샀다면 그 곳에 자금을 투자해 호텔과 빌딩, 별장 등을 건설한다. 물론 은행 대출도 가능하다. 

다른 게임 참가자들이 주사위를 잘 못 굴려 내가 매입·투자해 그 가치를 한껏 부풀려 놓은 나라에 떨어진다면, 나는 투자한 자금의 수십배를 벌어들일 수 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의 속성이 '더불어 잘 살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라는 사실임을 깨닫게 만들기도 한다. 

좋은 땅에 거액을 들여 각종 건물을 지어두었다고 해도 게임 참가자들의 돈이 바닥나면 나는 더 이상 돈을 벌어들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막대한 투자금을 들여 호텔과 빌딩, 별장을 골고루 지어뒀다고 해도 이를 이용할 이들이 없다면 결국 '무용지물'이다. 부루마블 게임이 끝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2)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국민 개개인의 소득을 늘려 내수를 부양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이 다시 이윤을 취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경제정책은 사실 부루마블 게임을 비춰볼 때 논리적으로 가장 합당한 정책이다. 

제 아무리 수출을 기반으로 먹고 사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내수를 무시할 수 없다. 당장 국내 기업 서열 2위라고 하는 현대자동차만 봐도 올 상반기 내수에서 올린 매출 비중이 전체의 51%로 수출을 앞섰다. 

물론 연간 기준으로 치면 수출이 내수를 앞서겠지만 내수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 땅에서 기업하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돈'이 제 이름처럼 돌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분배'를 우선하는 정책이라며 이념적으로 공격하는 이들은 부루마블 게임을 못 해봤거나 덜 해 본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3) 이렇게 괜찮은 경제 정책이 가난한 이들에게까지 비판을 받는 이유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폭등하면서 이른바 '지방러'로 불리는 지방에 사는 국민들은 근로의욕을 상실했다. 

뼈빠지게 돈을 모아도 강남에 '똘똘한 한 채'를 가진 이들이 버는 평가이익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소득주도성장 덕분에 증가한 소득이 느껴질 리 만무하다. 게다가 집이 없는 이들은 월세, 전세 등 주거비 부담은 더욱 높아져만 간다. 

부루마블로 치면 부자들이 가진 땅을 지나는데 내야하는 통행료가 급등한 셈이다. 부루마블에서도 게임판을 한 바퀴 돌면 '월급' 20만원을 준다. 

월급을 30만원으로 올려준다고 해봐야 두 배, 세 배 뛰어버린 통행료를 감당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부가 집 값을 금 값으로 만드는 투기 세력을 규제하는 강력한 정책을 내놓은 것도 그래서다. 뒤늦게 투전판에 뛰어드려고 하는데 급전을 막았다고 한탄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4) 부자라고 불리는 이들도 정부 정책에 반기만 들 일이 아니다. 

앞서도 강조했지만, 부루마블 게임이 '쫑'나는 순간은 나 이외의 게임 참가자들의 지갑이 텅 비어버리는 순간이다. 내 배만 불려선 자본주의 사회는 굴러가지 않는다. 

자본주의가 태동하던 시기, 먼저 산업화를 꽃 피웠던 국가들이 농경사회에 만족하고 살던 나라에 들어와 '원조'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헤게모니에 편입시키려 했던 것도 그래서다. 

두고 두고 자신들의 상품을 팔아먹을 시장이 필요했던 것이고, 구매력을 갖춘 고객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주머니는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올해 2분기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7.6% 줄었다. 가처분소득은 월 107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소득 4분위와 5분위는 각각 4.9%, 10.3% 증가했다. 

'대한민국'이라는 게임을 그만하고 싶은게 아니라면, 18억원 짜리 부동산에 10만원 정도 더 내야하는 종합부동산세 정도는 기꺼이 내주는게 부자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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