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남북정상회담평양'의 첫날인 18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환영나온 평양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번째 만남이 18일 성사됐다. 장소는 평양. 한국 대통령으로는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1년 만의 방북이다.

외신들도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문 대통령의 평양 도착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일본 NHK, 영국 BBC 같은 방송사들은 문 대통령이 서울공항을 떠나 평양 순안공항에 내려 김 위원장의 환영을 받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지난 4월 1차 회담부터 5월에 이어 이날까지 남북 정상이 불과 6개월 만에 세 번이나 만난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 사이 한반도 전쟁 위기는 사실상 해소됐다. 남북이 24시간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공동연락사무소가 지난주 문을 열었고, 지난달에는 3년 만에 이산가족들이 재회했다. 

한반도를 관통해 유럽까지 갈 수 있는 철도와 도로를 놓기 위한 남북 경협 논의도 한창이다. 어찌보면 남북 정상회담은 이미 큰 결실을 낸 셈이다.

그러나 외신들은 여전히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할 뿐이다. 문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통해 최근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협상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러러면 김 위원장의 애매모호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입장을 보다 명확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문 대통령에게 달렸다는 얘기다.

안 그래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이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에 북한에 너무 많은 걸 내주는 게 아닌지 경계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방북단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핵심 인사들이 동행한 것도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제재로 북한의 숨통을 조여온 미국으로서는 남북 간 화해모드가 북한을 돕는 경협 쪽으로 기우는 게 못마땅할 뿐이다.

외신들은 대개 3차 남북 정상회담이 1·2차 회담보다 훨씬 어려울 것으로 봤다. 미국 AP통신은 1차 회담이 한반도 전쟁 공포를 누그러뜨렸다면, 2차 회담은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담보하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이번 3차 회담에 대해서는 최근 북미 관계가 냉각돼 문 대통령이 다시 한번 북미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신은 이번 회담 결과가 북한과 미국이 더 큰 차원의 핵협상을 어떻게 벌일지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남북 정상의 세 번째 만남 자체에 주목하기보다, 이번 회담 결과가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미칠 영향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문 대통령도 중재자 역할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강조하고 있다. 북미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한반도에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는 별로 급할 게 없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도 북한 문제는 큰 화두가 아니다. 트럼프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멈춘 것만도 큰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을 취소한면서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꼬집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일정이 미뤄진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북미 관계 경색으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 부담이 커진 게 결국 트럼프 탓이라는 얘기다. 

남북 정상회담은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운 역사적인 기회다. 한반도는 그동안 제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뼈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부정할 순 없지만, 그 역할에 만족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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