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이 기업을 쥐고 흔들려는 것 아니냐. 기금 고갈이 빨라진다는 데 돈을 내기만 하고 못 받을까 걱정이다. 보험료를 더 내라니 나라가 도둑이다. 기금운용본부장(CIO)은 낙하산이 오게 돼 있다.

국민연금은 얼마 전부터는 어느 자리에 가도 빠지지 않는 이야깃거리 중 하나입니다. 주제도 다양하고 내용도 논쟁적인 데다 모두가 관련이 있다 보니 얘기가 시작되면 쉽게 끝나질 않습니다.

최근에 가장 많이 얘기되는 것은 국민연금의 수익률입니다. 국민연금의 상반기 기금운용 수익률은 0.9%를 기록했습니다.

기금 고갈 시기가 빨라진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수익률이 1%에도 못 미치니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반기 수익률만 놓고 너무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상반기는 기금운용 전체 기간 중 아주 짧은 시간에 불과하고 국민연금의 중대한 실책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의 상반기 수익률 저하는 국내 주식 손실 탓입니다. 국내 주식 수익률은 -5.32%로 국민연금이 기준으로 삼는 벤치마크(배당포함 코스피 지수)보다 1.09% 낮았습니다.

이 수치만 보면 상당히 심각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연금은 벤치마크를 '시장'이란 말로 표현하다 보니 시장보다 못한 수익률을 낸 국민연금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낼 소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치를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국민연금은 오히려 선방했다는 평가가 어울립니다. 국민연금이 아닌 곳에서 통상 시장이란 말로 표현하는 코스피는 올해 상반기 5.72% 하락했습니다. 일반인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공모주식형펀드의 전체 수익률은 5.24%입니다.

기금운용의 국내 주식 수익률 기준을 조금 낮추면 국민연금이 오히려 0.4%포인트 손실을 덜 냈고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펀드 매니저들이 즐비한 자산운용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성과를 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국내 주식이 아닌 해외주식, 국내외 채권 등 다른 자산에서도 국민연금은 벤치마크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중장기 성과를 봐도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여느 금융투자상품보다 낫습니다. 국민연금은 2015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1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6.02%, 올해 상반기를 포함하면 5.45%의 연평균 수익을 냈습니다. 국민연금을 월복리 적금이라고 가정하면 1988년 넣은 1만원이 지금은 825만원으로 불어난 것과 같습니다.

성과 부진이 지속된다면 모르겠지만 당장은 국민연금 수익률이 떨어졌다고 큰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당장 문제가 없다고 현 상태를 유지해서는 곤란합니다. 높고 지속적인 수익을 내야 미래세대와 국가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사회적 체에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은 20~30년을 내다보는 장기재정운용계획을 세워야 하고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높이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변화가 이상적인 형태로 속도감 있게 추진되려면 수장인 CIO의 역할과 함께하는 인재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내정설을 비롯해 과거 경력과 폭언 등 최근 국민연금 CIO 후보를 두고 여러 가지 잡음이 있습니다. 새로운 CIO 선임에 대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입니다.

국민연금 CIO는 인성과 경력, 능력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인물이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그러나 이상을 위해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은 중차대한 결정을 내리고 조직을 이끌어야 할 CIO의 장기 공백과 운용역이 정원보다 부족한 인력난 속에서 악전고투하고 있습니다. 인력 유출도 가속화하는 모습입니다.

지금 국민연금에게 필요한 건 온화하고 훌륭한 인품을 갖춘 성인군자가 아닙니다. 오랜 경험과 혜안, 추진력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토대를 제대로 만들 누군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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