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시 부동산 시장과의 전쟁에 나섰다.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지정과 공급확대를 골자로 하는 '8·27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고강도 종합대책인 지난해 '8.2 대책'이 나온지 1년 만에 다시 시장 옥죄기에 나선 것이다. 이번 대책은 중급 정도의 시장 개입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시장과열에 대한 경고 신호를 보내면서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 처방을 동시에 내세운 일종이 양동작전이다.

이번 대책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정보격차가 해소되면서 부동산투자자들은 과거보다 발 빠르게 움직인다. 때문에 시장 규제를 위한 각종 부동산 심의는 시기적으로 자주 열어 더 확산되기 전에 투기적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8.27 대책 발표 이후에도 '갭투자'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전세자금 대출 규제를 내놓은 데 이어 고가부동산 구입자의 자금 출처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도 보유세나 양도세 등 각종 세제 강화에 나설 것이다.

관심사는 과연 집값이 잡힐 까하는 문제다. 서울 부동산시장이 너무 뜨겁다. 이제 막 가을이사철이 시작이 되었기 때문에 집값이 단기간에 하락하기는 어렵다. 시장이 과열됐을 때 진정되는 과정을 보면 정부 발표 후 단박에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정부의 신호가 계속 나오고 누적이 돼야 효과가 나타난다. 아직 시장에 신호가 제대로 쌓이지 않은 것 같다. 

이번 가을에는 아마도 정부의 굵직한 부동산대책을 한 두번 더 듣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나마 불협화음으로 시장에 왜곡된 신호를 보내 혼선을 부추겼던 서울시와 국토부가 '원 보이스'를 내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비수기 여름철에 집값이 과열된 것은 무엇보다 무주택자들의 불안심리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 주택시장의 핵심 트렌드는 '비 재건축, 비 강남, 비 고가'라는 '3비(非) 아파트'의 급부상이다. 말하자면 비강남의 중저가 아파트 값들이 오른다는 얘기다. 주로 중산층이나 서민들이 내집 마련에 앞다투어 나서면서 생긴 현상이다. 

돌이켜보면 판교신도시 분양열풍으로 '버블세븐'이라는 말이 회자되었던 지난 2006년 당시에도 그랬다. 서울 아파트값이 한해에만 24%가 올랐을 때 무주택자들의 불안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이러다가는 내 집을 영원히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조급함이 이들로 하여금 시장으로 뛰어들게 한다. 무주택자들이 뒤늦게 뛰어들면 시장은 항상 걷잡을 수 없는 비이성적 과열상태로 치닫는다. 그래서 무엇보다 무주택자들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기다리면 싸게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신호가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내놓은 30만 가구의 아파트 공급카드는 시장 안정에 다소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입지가 중요하다.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과연 대규모 공공택지 부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책은 발표 그 자체보다 착실히 이행하는 실천력이 담보될 때 시장의 신뢰가 쌓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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