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이다. 친한 대학교 선배님과 저녁 자리가 있었다. 평소 자주 가던 단골 술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가게에 들어서니 사장님은 오랜만이라는 인사와 함께 우리에게 메뉴판을 건네주셨다. 받아든 메뉴판에는 소주 가격이 4500원으로 인상돼 있었다. 동네 작은 술집이건만 기존 대비 무려 500원이나 올랐다. 급히 고쳐 쓴 탓인지 메뉴판 내 기존 4000원이라는 가격은 매직으로 대충 쓱쓱 지워져 있었다.

이내 주문을 받으러 우리 자리로 오신 사장님께 장난스레 따져 물었다. 소주 가격이 오른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리 가격을 올리시면 어쩌느냐고 말이다. 그러자 가게 사장님으로부터 옆 가게는 가격 인상 당일부터 소주 가격을 바꿨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동네 주변 가게들도 슬슬 눈치를 보면서 가격을 고치고 있다는 말과 함께.

지난달 30일, 시장 점유율 50%에 육박하는 '참이슬'의 출고가가 올랐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클래식' 출고가는 5.62% 인상됐다. 이에 따라 병당 가격은 기존 961.70원에서 54원 오른 1015.70원으로 변경됐다. 우두머리가 시원하게 길을 터주니 다른 소주 업체들도 줄줄이 출고가 인상을 발표하는 추세다.

하이트진로에 이어 최근 맥키스컴퍼니와 한라산소주가 잇따라 출고 가격을 인상했다. 맥키스컴퍼니는 'O2린'의 가격을 963원에서 1016원으로 5.5% 올렸다. 한라산소주도 '한라산소주'와 '한라산 올래' 등의 출고 가격을 1080원과 988원에서 1114원, 1016원으로 변경했다.

돌아오는 주에는 업계 2위 '처음처럼'이 가격 인상 발표를 앞두고 있다. 롯데주류(처음처럼, 산)와 무학(좋은데이)은 내주 초 가격을 올릴 것으로 전해졌다. △금복주(참) △대선주조(C1) △보해양조(잎새주) 등도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아울러 맥주업계 움직임도 지켜볼 일이다. 소주와 마찬가지로 가격 인상 압박을 받는 데다 빈 병 취급수수료와 보증금이 내년 1월 21일부터 각각 14원, 80원 인상되기 때문이다. 소주에 이어 맥주 가격까지 인상되면 '소맥'은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는 게 아니냐는 씁쓸한 이야기도 나온다. 술자리가 잦은 연말이다. 연말연시가 팍팍한 서민은 한해의 애환을 술잔으로 달래기도 어렵게 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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