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글로비스 지분 또 줄여야..SK, 지주사 자회사 지분 추가매입 부담 줄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가 38년 만에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각 대기업 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앞서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 특별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보다 완화된 안을 내놓았다는 평가가 높지만, 개별 사안과 각 기업에 따라 직격탄을 맞은 곳들도 적지 않다. 

특히 공정위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내부거래를 통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만큼은 확실하게 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27일 공정위가 발표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론 총수일가 지분이 20%이상인 대규모 기업집단 계열사는 상장·비상장 구분없이 일감몰아주기 대상기업이 된다. 

지금까지 상장사의 경우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30%이하일 경우엔 일감몰아주기 대상기업으로 보지 않았다. 

때문에 적지 않은 기업의 총수일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매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총수일가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의 광고와 물류를 담당하는 계열사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현재 각각 29.99%씩이다. 

30%에 0.01% 적은 지분으로 아슬아슬하게 현행 법을 피하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 앞서 2014년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되면서 '30%' 아래로 딱 맞춘 것이다. 

당시만 해도 이노션과 글로비스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각각 80%, 43.4%에 달했다. 그러나 다시 법이 바뀌면서 이번엔 20% 아래로 낮춰야 하게 됐다.

문제는 과거처럼 쉽게 지분을 정리하는 것도 어렵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 총수일가가 앞서 지분을 법 규정에 맞춰 매각할 때엔 공익재단을 활용했다. 

공익재단에 지분을 기부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피하면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그렇게 낮췄고, 삼성도 삼성생명공익재단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삼성물산 200만주를 매입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이 방법도 쓸 수 없게 됐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상장사에 한해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총수일가의 '거수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던 공익법인이 '벙어리'가 된 셈이다. 현재 국내 대기업집단 소속 165개 공익법인의 자산구성 중 주식 비중(평균 21.8%)이 일반 공익법인(5.5%)의 4배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수일가들이 적지 않은 찬성표를 빼앗기게 됐다.

아울러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기업이 50%를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한 회사까지 규제 대상에 편입되면서 삼성물산 급식사업체인 삼성웰스토리와 LG CNS, 서브원 등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해당 기업들은 20%를 초과하는 총수일가 지분을 팔아야 한다.

반대로 한숨을 돌린 대기업들도 있다. SK와 롯데가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지주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에 대해 특별위원회가 권고한 대로 새로 설립되는 지주회사에 한해 상향(상장사 30%, 비상장사 50%)키로 했다. 적은 지분율로 전체 그룹을 좌지우지 하는 총수일가에 보다 높은 지분율을 요구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기존 지주사는 세법상 규율을 통해 자발적인 상향을 유도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던 탓에 기존 지주사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론 권고안을 따랐다.

앞서 기존 지주사까지 이 규정을 적용했을 경우 SK가 부담해야 할 자금은 7조원을 웃돈다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SK텔레콤에 대한 SK(주)의 지분율이 25.22%, SK하이닉스에 대한 SK텔레콤의 지분율이 20.07%이기 때문이다. 

롯데 역시 롯데지주가 롯데푸드(상장사)와 롯데상사(비상장사)의 지분율이 각각 22.1%, 41.4%에 그쳐 적지 않은 돈을 들여 두 회사 지분을 추가 취득해야만 했지만, 규정이 기존 지주사를 비켜가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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