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 석방 후 해외출장만 6차례
국내에선 대규모 투자·고용 결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초 석방 후 약 6개월여에 걸쳐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며 신성장동력 발굴과 국민신뢰 회복 방안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치소에서 풀려난 직후 부친 이건희 회장을 찾은 데 이어 약 일주일간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핵심 사업부문의 임원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았으며, 3월 말부터는 잇따라 해외 출장길에 나섰다.

해외출장은 대부분 '미래먹거리' 발굴을 위한 행보였다. 첫번째 유럽·캐나다 출장 때는 인공지능(AI) 관련 시설 방문, 중국 출장 때는 전기차·스마트폰 업체 대표 면담, 일본 출장 때는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들을 만났다.

이후 삼성전자는 영국·캐나다·러시아에 AI 연구센터 설립 계획을 내놨고, AI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넥스트 Q 펀드'를 발족시켰다.

혁신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혁신책임자(CIO) 직책을 처음 만들어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넥스트의 데이비드 은 사장을 임명했고, 첨단 분야의 전문가들을 속속 영입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석방 후 최대 '이벤트'는 인도 노이다 휴대전화 공장 준공식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 접견이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직접 이 부회장에게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고, 삼성전자는 즉각 투자·고용·동반성장 방안 마련에 나섰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회동은 곧바로 이 부회장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만남으로 이어졌고, 삼성전자는 8일 예상을 뛰어넘는 '통 큰' 투자 계획을 내놨다.

이날 발표된 계획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당초 중장기 계획으로 100조원 신규 투자와 하반기 채용 확대 등이 담길 것으로 전망했으나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직접 채용'을 내놨다.

이 부회장은 석방 이후 국민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했으며, 이날 발표에도 이런 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기업인 이재용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밝힌 그로서는 사업에 못지않게 신뢰회복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부회장 석방 이후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8000명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발표를 내놨다. 최근에는 10년 이상 끌어온 '반도체 백혈병' 논란과 관련해 중재안을 받아들이겠다는 결정을 했다.

이날 발표된 계획에 3차 협력사 지원, 스마트공장 지원 등이 다수 포함된 것도 이런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이 부회장이 국내외에서 공식 행보를 시작했지만 당분간은 '로우키'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법원 판결을 앞둔 데다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가 여전하고 삼성 계열사와 관련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의 수사와 조사도 진행형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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