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PC 판매가 늘었다. 스마트폰 한두 대쯤 안 가진 사람이 없는 요즘 정말 늘었다고? 그렇다. 정말이다. 시장분석회사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612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다. PC 분기 출하량이 늘어난 것은 2012년 1분기 이후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가트너 통계는 크롬북 같은 유사(?) PC는 빼고 전통적인 윈도우즈 운영체재(OS) 기반의 PC만 포함하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최근 몇 년간 매년 10%가량 급감하던 PC 출하량이 갑자기 증가세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1. 가상화폐의 몰락

우선 가상화폐 열풍이 사라진 것이 PC 수요 증가에 한몫했다. 지난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하면서, 가상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가격도 급등했다. GPU는 높은 사양 게임을 위한 PC에 필수적인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PC 판매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고 채굴 수요가 줄면서 GPU 가격이 정상 수준을 되찾았다. 지난 2월 140만원에 달하던 평균 가격이 100만원 초반으로 낮아졌다. 이 때문에 게임용 PC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2. 업무용 PC의 교체주기 도래

업무용 PC의 교체주기는 보통 5년에서 6년이다. 특히 인텔이 6년 전 출시한 중앙처리장치(CPU) '샌디브릿지'는 성능이 우수해 그동안 후속 제품이 잘 팔리지 않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샌디브릿지가 탑재된 PC도 한계가 있었다. 최근 노후화가 심해지면서 기업들이 업무용 PC를 바꾸기 시작했다. 

3. 인텔의 신제품 수요 부각

인텔은 2년마다 CPU 공정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인텔이 새로운 공정을 도입할 때마다 소비자들이 PC를 많이 구매했다. 더 좋은 성능을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2013년 멈췄고, 인텔은 현재 14나노미터(nm) 공정을 5년이나 사용하고 있다. 인텔은 내년에 드디어 10nm 공정을 시작한다. 새로운 프로세서 대기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다만 PC 수요가 극적으로 급증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아무리 좋은 성능의 PC라도 스마트 기기의 이동성(모빌리티)을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종말을 앞두고, 마지막 빛을 밝히는 PC 시대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