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중장기 성장성 있지만, 단기적으론 불확실성 커"

CJ그룹

CJ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제일제당의 대한통운 지분 인수에 이어 오쇼핑과 E&M의 합병 법인 'ENM'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융복합 미디어-커머스 기업'을 위한 결단이지만, 증권가 분위기는 다소 냉랭하다. 시너지에 대한 가시적인 내용이 빠지면서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에 나섰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액은 5000억원을 넘어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오쇼핑과 CJ E&M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식매수청구권 금액이 양사 합산 5039억740만원이라고 20일 공시했다. CJ오쇼핑이 1895억3782만원이며, CJ E&M은 3143억6957만원이다.

오쇼핑과 E&M은 이사회를 열고 합병 작업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그동안 CJ그룹은 오쇼핑과 E&M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미디어-커머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해왔다.

미국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하고, AT&T가 타임워너 인수를 추진하는 등 30여년간 지속한 미디어산업 합종연횡이 정점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 대응을 위한 조치라는 것.

그러나 주주의 10%(시가총액 5조원 기준) 이상이 반대하면서 투자자 설득에 문제를 드러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를 제외하면 17% 이상이 반대한 셈이다.

심지어 외국인 투자자도 돌아섰다. 이달 초부터 전일까지 CJ오쇼핑에서 3만9642주를, CJ E&M에서 25만2314주를 팔았다.

투자자들이 오쇼핑과 E&M의 합병에 돌아선 것은 양사를 합친다고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진 않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산업이 결합하면서 규모가 커지고, 안정적일 순 있겠지만 단기적으론 오히려 불확실성만 커질 수 있다.

특히 장기 투자가 아닌 단기 투자자의 경우, 굳이 주식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 매도 후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다시 투자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다.

오슬아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피합병법인 CJ E&M의 영업수익성이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합병법인 CJ오쇼핑의 영업수익성은 합병 전에 비해 저하될 것"이라며 "합병법인이 추진할 신규 사업의 시너지 효과 발현 여부는 중장기적 모니터링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CJ E&M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매수대금 지급을 위해 단기 차입금을 2900억원 늘렸다. 핵심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차입금에 발목이 잡혔다.

한 회계사는 "합병 법인은 오쇼핑에서 돈을 벌어 E&M에 투자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매출은 늘겠지만, 수익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합병 효과는 나와봐야 알 수 있다"며 "섣부른 기대를 하기보단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법인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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