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꼭꼭 브라우저 갈무리.

베트남 산업의 중심은 여전히 제조업이다. 중국의 뒤를 이어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각종 전자제품부터 신발과 의류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수출한다.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낙후됐는데, 인터넷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등 정보기술(IT) 분야도 사정은 비슷하다. 

하지만 최근 베트남 IT 산업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회사가 나타났다. 인터넷 브라우저이자 검색 서비스 회사 '꼭꼭(C?c C?c). 우리나라 말로 문을 두드릴 때 나는 소리인 '똑똑'이라는 뜻을 이 회사는 최근 베트남에서 세계 1위 IT 기업 구글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재밌는 점은 창업자가 베트남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꼭꼭 최고경영자(CEO)는 빅터 라브렌코라는 러시아 사람으로 러시아에서 인터넷 사업을 할 때 모스크바국립대에서 공부하던 3명의 베트남 개발자를 채용하면서 베트남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베트남 인터넷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한 라브렌코는 아예 하노이로 이주해 현지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업가 중 한 사람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사이트 트래픽 조사업체 알렉사인터넷 조사에 따르면 꼭꼭은 이달 현재 한 달 평균 활성이용자 2400만명을 가진 인기 사이트로 성장했다. 

꼭꼭의 성장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다. 외국 브라우저는 갖추지 못했지만, 현지인들에게 꼭 필요한 기능을 빠르게 반영하며 선호도를 높였다. 예컨대 꼭꼭은 현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했는데, 당시에는 혁신적인 시도였다. 

또한 베트남어 특성을 반영한 검색 기능을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느린 인터넷 속도를 고려해 브라우저에서 쉽고 빠르게 각종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15년 14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척박한 베트남 스타트업 환경에서 매우 드문 일이었다. 

추운 나라에서 태어나 더운 베트남에서 성공한 러시아인의 사례는 베트남이 단순한 제조업 기지로만 남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베트남 IT 산업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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