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탄력근로제 도입 추진..공사현장 혼선 우려

내달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건설업체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현재 대형 건설사들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탄력근로제 도입에 나섰다. 탄력근로제는 2주 또는 3개월 단위에서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제도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내달 주 52시간 근무제 전면 도입에 앞서 일부 사업장에서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는 중이다. 동시에 모든 사업지의 근무 현황을 체크하고, 해외사업팀의 경우 시범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해 대비하고 있다. 시범운용한 결과를 토대로 사업장별 업무환경에 맞게 탄력근로제 세부 개편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GS건설은 자체개발한 근로시간관리시스템을 본사 및 국내 현장에 적용한다. 기본 근로시간은 본사 기준 주 40시간(1일 8시간·주 5일 근무), 현장 기준 주 48시간(1일 8시간·주 6일 근무)으로 정했다. 국내 현장은 격주 6일 근무제다. 연장근로는 주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전 신청 및 승인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대림산업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일부 사업장에서 시범 운영한 후 탄력근로제 활용을 검토할 계획이다. 대림산업은 지난 4~5월 시범사업을 거쳐 현장별로 근로시간을 최적화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기본적으로 2주 단위로 근로시간을 맞추되 단기 집중공정이 필요한 현장은 인력을 추가 배치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롯데건설은 2주 단위의 탄력근로제를 도입해 주 52시간 근무제의 부담을 낮춘다. 다만 일부 준공을 앞두거나 2주 단위의 탄력근로제가 적용되기 어려운 곳은 3개월 단위의 탄력근로제를 활용할 계획이다. 본사 사업지에선 이미 주 52시간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GS건설은 국내 및 해외 현장에서 4주 근무 6일 휴일 시스템을 도입하고 향후 계절적 수요가 요구되는 현장에 탄력근로제를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도 내부 TF에서 공기가 시급한 현장은 일시적으로 휴일을 최소화하고 기본 근로시간을 직종별로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사무직이 주를 이루는 본사는 근로시간 단축에도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장이나 해외사업장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공사기간 맞춤이 생명인 건설현장의 근무방식 조율은 상당히 어렵다. 탄력근로제가 추후 건설업계 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해외기업과 공동시공하는 해외 건설현장에서 문제점이 예상된다. 해외업체에 국내법을 적용할 수 없고 근로시간을 줄이면 발주처와 합의된 공기를 지키지 못해 지체보상금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국내 현장에서도 하도급업체 규모에 따라 근로시간과 관련해 일부 혼선이 예견된다. 근로자 300명 미만인 곳은 주 2시간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공동 시공 시 작업시간을 맞추기 어렵고 공종별로 필요한 건설시간도 달라서다.

건설 노조들 역시 잇단 건설사들의 탄력근로제 도입 방침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탄력근로제 시행 시 사실상 근로단축의 효과가 상쇄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300인 이상 기업에서 3개월 단위의 탄력근로제가 실시되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4시간으로 늘어난다. 이는 현재 최대 근로시간인 68시간과 4시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홍순관 민주노총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탄력근로제가 도입되면 근로시간 단축 효과가 없다"면서 "동시에 과로사 등의 문제 해결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재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공사는 대부분 52시간 초과근무를 전제로 준공시점을 정했기 때문에 공사기간을 지키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공사 품질을 유지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