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예스24홀딩스 오너, 자산 가치 상승 전 증여…주가 상승에 '베팅'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의류업체 '한세실업'과 온라인서점 '예스24'의 지주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 주주명부에 지난해 태어난 1살짜리가 이름을 올렸다. '오너 3세'로 추정되는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수억원의 주식을 보유한 금수저가 됐다.

증권가에서는 자산 가치가 커지기 전에 미리 재산을 넘기는 절세의 일환으로 판단했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 미리 주식을 증여했다는 분석이다. 단 절세가 되려면 한세그룹이 계속 성장해 자산가치가 커질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어야 한다. 한세그룹은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까?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세그룹 김동녕 회장의 부인 조영수 경기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15일 본인이 소유한 한세예스24홀딩스 주식 10만주를 특수관계자인 김양과 김군에게 각각 5만주 증여했다.

김양과 김군은 지난해 2월과 6월에 태어난 아이로, 돌이 지나자마자 4억5000만원(5월 15일 종가 기준)을 받은 셈이다.

대기업 오너가 자녀들의 금수저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억 원 이상 재산을 증여받은 10세 미만 아동은 715명에 이른다.

오너들이 상속을 서두르는 것은 절세의 영향이 크다. 회사의 자산가치가 조금이라도 커지기 전에 절세하는 것이 증여세를 덜 내기 때문이다. 반대로 회사 자산이 줄면 세금을 더 낸 꼴이다.

그렇다면 한세그룹의 성장성은 어떨까? 한세예스24홀딩스는 35년 전 창립한 이래 단 한 번의 적자 없이 연 매출 2조4000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한세실업과 예스24를 비롯해 5개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한세실업의 시장 입지는 탄탄하다. '미국인 3명 중 1명은 한세실업 옷을 입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2015년 이후 실적이 꺾였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반등이 가능하다.

여기에 비상장 자회사인 한세드림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유아용 아동복 전문업체로 모이몰른·컬리수·플레이키즈·리바이스키즈 4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2014년 말 선보인 모이몰른이 고성장하고 있다. 론칭 2년 만에 매출액 675억원을 달성하면서 최단기간 내 유아복 1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중국 시장에서도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 한세드림을 포함한 주요 자회사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예스24도 비용 절감에 힘입어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 한세예스24홀딩스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윤창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세예스24홀딩스의 5개 자회사 적정 지분가치는 6801억원으로, 30% 할인율을 적용해도 4761억원"이라며 "현 주가는 주요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에도 한세실업 실적 부진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한세예스24홀딩스의 시가총액은 3300억~3400억원 사이다.

한세그룹 오너일가도 이런 점을 고려해 일찍이 상속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증여세를 조금 더 내더라도 나중엔 더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또 상속받은 주식을 바탕으로 투자를 해 자산을 늘릴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예측하긴 쉽지 않지만, 사업에 확신이 있다면 미리 상속하는 것이 절세의 비법"이라며 "대기업 오너들이 증여를 서두를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한세예스24는 중국 쪽에서 수혜를 누릴 수 있다"며 "복합적으로 여러가지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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