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 이후 한달간 미국 달러화 지수가 5% 가까이 상승하고 신흥국 통화지수는 5% 이상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페소화 가치가 한달간 20% 이상 급락한 아르헨티나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바 있다.

신흥국 통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자금 이탈 및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신흥국 국가별로 보면 GDP 대비 재정수지 및 경상수지가 모두 적자 상태인 일부 경제 펀더멘탈 취약국들과 GDP 대비 부채규모가 과중한 국가들의 경우에는 위험의 전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신흥국의 외환보유고 적정 비중은 지난 연말 기준으로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IMF 권고 비중인 100~150%를 충족하고 있다. 신흥시장 전반의 외환 보유 수준을 고려하면 외화 유동성 발생 우려는 아직 낮은 상황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같은 잣대들로 보면 한국은 현재 신흥국내 상대적인 안전지대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금융시장 불안 국면의 장기화 여부이다. 현재 외환보유고 수준을 고려하면 일부 취약국가들의 위험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향후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달러화 흐름, 글로벌 경기와 기업실적 추이 등에 따라 신흥국 여타지역으로 리스크의 전이 혹은 증폭 여부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글로벌 경기 흐름을 살펴보면 세계 경기 선행지수 및 글로벌 교역량은 아직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유로존 경기가 올해들어 둔화 조짐을 나타내고 있어 향후 미국경기 둔화 여부가 전세계 경기의 주요변수가 될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의 전세계 GDP 대비 비중은 약 16%인데 비해, 미국의 전세계 GDP 대비 비중은 약 1/4 수준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의 확장 싸이클은 2009년 6월 이후 약 9년째 이어지고 있다. 역대 미국 경기 확장의 최장 기록이 10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과거 최장 기록 수준까지 1년가량 남은 셈이다. 이에따라 시장에서는 1년내에 미국 경제가 둔화될 수 있고, 이는 미국 및 세계 주식시장의 Peak-out 시기도 조만간 형성될 수 있다는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 확장 싸이클의 후반부에서 정책금리 인상이 단행되면서 장단기 금리차 축소가 진행된다. 9년간 계속된 경기 확장과 더불어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싸이클이 진행중인 점은 미국 경기 모멘텀의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반면, 뉴욕 연준에서 발표하는 1년내 미국의 경기 침체 확률은 아직 약 10%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직 단기간내 경기 침체 우려는 낮은 상황으로 관측된다.

연준의 정책 금리 인상과 맞물린 단기 국채 금리 상승폭 확대로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가 계속 축소되고 있는 점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과거 장단기 금리차 축소 이후 경기 침체까지는 시차가 존재해 왔다. 주식시장의 고점이 장단기 금리차 역전 이후 발생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미국의 10년물과 2년물 국채간의 장단기 금리차는 50bp 내외 수준이다.

또한 주식시장의 장기 추세는 일반적으로 기업실적 및 전망치에 연동되는 흐름을 나타낸다. 선진시장과 신흥국 시장, 한국 주식시장의 주당순이익(EPS) 예상치 추이는 아직 견조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국내증시의 올해 분기별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를 고려하면 올해는 3분기가 최고치로 집계되고 있다.

한편, 통화정책 유동성 측면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미 연준이 2~3회 정도 추가 정책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반면, 한국은 1회 인상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에따라 연말로 갈수록 한미간의 금리차 역전폭 확대 가능성도 경계되는 부분이다.

다만, 외국인 입장에서 해외에 투자할때는 일반적으로 상품 투자수익과 환차익을 함께 고려하게 된다. 이에 따라 원화 약세가 동반하게 된다면 자본유출 규모는 커질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이와 관련 6월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의 원활한 개최 여부와 성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의 완화 여부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물 CDS 프리미엄과 원화 안정세 지속 여부 등에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자본 유출 여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변수다.

유화증권 투자분석팀 김승한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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