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판 실리콘밸리 프로젝트 인정받아

1988년생으로 베트남 과학기술부에서 일하는 판 후앙 란. 그녀는 매일 아침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고, 때때로 밤 9~10시까지 야근하는 평범한 공무원이다. 영국의 한 대학교에서 정보통신(IT) 관련 석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아직 나이도 어린 그녀가 최근 베트남을 대표하는 젊은 인재로 꼽혔다. 최근 미국 유명 경제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베트남의 젊은 인재 30명 명단에 이름이 오른 것.

국외 유명 IT기업 출신도 아니고, 스타트업 창업 경험도 없는 그녀가 인정받은 이유는 과학기술부 산하 'IT기업가정신 상업화개발기구(NATEC)'에서 진행한 한 프로젝트 때문이다. 2013년 이곳에서 그녀가 동료와 함께 '베트남판실리콘밸리(VSV)'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베트남의 첫 IT 스타트업 지원 사업이었다. 이를 통해 매년 10~20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었다.

판 후앙 란은 영국 유학파로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외국 회사 취업을 마다하고 베트남 공무원의 길을 택한 이유에 대해 "최고인민회의에서 일한 할아버지를 보면서 어릴 때부터 정책 입안으로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란의 사례는 베트남 스타트업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정부도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6년 베트남의 신설 법인은 10만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1분기 약 2만6500개 기업이 설립돼 뜨거운 창업 열기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스타트업을 둘러싼 투자 시장도 확장하고 있어서, 2016년 베트남의 스타트업 거래 규모는 2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2000년 중국 알리바바그룹 초창기에 2000만달러를 투자해 3000배 이상의 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유명하다. 베트남에서도 알리바바만큼 성공할 스타트업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이 베트남 스타트업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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