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원 기자

“집주인이 다가오는 계약기일부터는 월세로 돌린다며 전세를 (유지)할 거면 나가라고 한다. 다달이 지출이 큰 월세는 부담스러워 차라리 전세자금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을 땡겨서 갚아나가는 게 나은데 고민이 많다”

출퇴근을 위해 경기 북부지역 본가에서 도봉구로 이사해 자취하던 손 모 씨(35세)의 푸념이다. 결국 손 씨는 지난달 28일 2년간 머물던 도봉구 집에서 노원구로 거처를 옮겼다. 포장이사비용과 직접이사비용이 5배에 달한다며 지인들과 짐을 날랐다는 그는 ‘임차인의 설움’을 수차례 토로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8일 발표한 ‘2017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전체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8년으로 전년 7.7년에 비해 길어졌다. 2012년 8.6년을 마지막으로 줄곧 7.7년에 머물다 5년 만에 8년을 회복했다. 자가 가구는 평균 11.1년 거주해 전년 10.5년에 비해 늘었다. 반면 임차가구는 3.4년으로 바로 전 해(3.6년)보다 줄었다.

현재 주택 거주기간이 통상 전·월세 계약기간인 2년보다 짧은 가구는 전체 가구 가운데 35.9%였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40%로 지방광역시(35.2%), 도지역(30.3%)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거이동이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내, 특히 서울에서는 자가마련이 ‘하늘의 별 따기’로 일컬어진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같은 날 공동발표한 ‘2017년도 서울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연 소득 대비 주택구입가격 배수(PIR)는 중위수 기준 8.8배다.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9년 가까이 돈을 모아야 서울에서 내 집 장만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에서도 특히 서초, 강남, 용산구의 연 소득 대비 집값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의 PIR은 20.8배, 강남구는 18.3배, 용산구는 13.1배였다. 소득을 모두 저축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거니와 집값 고공행진이 계속될 확률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남가일몽(南柯一夢)’이다.

주거 문제로 고민이 많은 청춘들의 경우 결혼이나 출산뿐만 아니라 연애도 주저하는 상황. 예전에는 숱하게 보이던 ‘5월의 신부’가 근래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느끼는 게 필시 기분 탓일까.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