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혼란, 유가 급등, 이란핵 재개 가능성, 대북 압박까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다시 판을 깼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시작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란 핵협정까지 불공정한 거래를 파기하겠다는 대선 공약들을 실제로 이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단 기존의 판을 뒤흔들었다는 점에서는 성공했다.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 동맹국들까지 미국이 공허한 협박을 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특히 미국의 이란 핵협정 파기는 이미 예고한 바이지만 그 파급 효과는 전방위적이다. 10년 넘게 공들인 이란핵협상의 결과물이 미국의 탈퇴로 수포로 돌아간 셈이기 때문이다. CNBC방송은 미국의 파기가 '국제사회 혼란은 물론 유가부터 이란의 핵프로그램 운명까지 뒤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지난 201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 5개국, 독일과 핵협상을 공식 타결해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마련했다. 이란이 15년 동안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며 25년 동안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정기적 사찰과 감시를 허용하며 이에 따라 이란에 가해졌던 경제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란이 핵개발을 공식화한 2002년 이후 13년 동안 가해졌던 제재는 핵협정 타결 이후 서서히 완화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러한 핵협정을 3년 만에 파기 선언했고 이란은 물론 다른 협상 당사국들은 일제히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일단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이란은 기존 협정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은 공동성명을 내고 협정 이행을 약속했다.  러시아는 다른 주요국들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란 역시 핵협정에 남을 것이라면서도, 제한없이 우라늄 농축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가는 이란 핵협상 파기 시나리오를 선반영해 고공행진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유가는 트럼프가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 상승세를 탔다. 이란의 산유량은 일평균 약 380만배럴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중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세계 석유 공급 중 4%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미 선반영된 제재 효과가 줄면서 이날 유가는 2% 떨어졌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재개되면 공급부족으로 유가는 더욱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나인포인트 파트너스의 에릭 누탈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석유 이동량의 물리적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고, 중장기적으로 산유량과 설비를 확충해 성장하려던 이란의 계획도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부문과 중앙은행 거래, 대이란 항공기 수출, 이란 금속 거래 등이 제재에 포함된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대북 압박을 노리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이란 핵협정 파기를 공식화하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특사격으로 북한을 재방문한다는 사실도 함께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에 도착할 것"이라면서 "북미 양국은 이미 회담의 날짜와 장소에 대해 합의했다"고 말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탈퇴 선언에 대해 북한에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압박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긴밀한 전략적 협동을 재차 다지면서 협상력을 다각화하는 시도를 이어갔다. 신화통신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7일부터 이틀간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을 전격 방문해 시 주석과 회담했다. 지난 3월 26일 첫 만남 이후 40일 만이다. 북중 정상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양측의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