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중앙은행들이 2013년 긴축발작 이후 최대 난제에 봉착했다. 이란핵협상 파기 가능성으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달러는 연중 최고로 뛰어 오르면서 미국 금리와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달러는 대부분 이머징 통화 대비 올랐다. 

급기야 러시아와 아르헨티나와 같은 국가들은 일단 국채발행을 취소 혹은 연기하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아르헨티나는 4월말 이후 8일 만에 기준금리를 27.25%에서 40%로 모두 3차례 끌어 올려 버렸다. 페소화가 사상 최저로 추락하면서 인플레이션 고통이 극에 달한 영향이다. 러시아는 추가 완화에 급제동을 걸었고 터키는 경상적자 감축에 나섰으며 인도네시아는 달러 외환보유고를 태워 루피아 방어에 나섰다. 

신흥국들이 그동안 저금리·저달러로 달러 채권을 마구 찍어낸 점도 달러 강세의 압박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말까지 신흥국이 발행한 달러채권은 전년 대비 10% 늘었다. 인도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이머징 마켓에 쌓인 레버리지(부채)가 막대하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매파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도 이머징을 압박한다. 금리 인상에 미 국채는 수익률이 마의 3%를 돌파해 4년만에 최고로 올라 이머징의 자본을 순식간에 빨아 들일 태세다.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미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그동안 더 높은 금리를 좇던 자본은 일제히 신흥국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6개월 동안 글로벌 금융안정성에 대한 위험이 고조됐다고 경고할 정도다. 

싱가포르 메이뱅크킹앰(Maybank Kim Eng)의 추학빈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이머징) 매도세가 심해지면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우크라이나, 중국,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를 꼽았다. 

하지만 이머징의 인플레이션이 심하지 않고 경상수지도 좋다는 점에서 5년전 긴축발작 때보다 방어벽이 두터워졌다는 낙관론도 있다. 블룸버그는 '이머징 상황이 제각각이지만 전반적인 방어력은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세계 경제가 지난 7년 만에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면서 무역과 자본흐름을 끌어 올려 이머징의 경상수지와 외환보유고를 튼튼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IMF에 따르면 올해 이머징의 외환보유액은 144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홍콩 소재 모건스탠리의 체탄 아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머징마켓의 펀더멘털이 훨씬 더 좋다"며 "인플레이션, 경상수지가 개선됐고 가장 중요한 실질금리 격차가 아직 꽤 견고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머징 아시아의 경우 주식과 채권을 포함한 전체 자본흐름은 2014년 이후 가장 둔화했다. UBS글로벌자산운용의 요르세 마리스칼 이머징마켓 수석투자책임자는 "단기적 관점에서 중앙은행들에게 주어진 선택안은 거의 없다"며 "역사적으로 입증된 유일한 방법은 금리 인상과 추후 재정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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