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 글로벌 성장…인플레 가속화 기대감

무역전쟁의 위협과 지속적 경제 성장이 맞물리면서 장기간 동면에 빠졌던 원자재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과 투자 변동성이 주식시장에 강력한 하방 압력을 가한 반면 원자재 시장은 의외로 잘 버티고 있다. 

런던 소재 투자자문업체 피데사의 마이크 윌킨스 원자재 전문가는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슈퍼사이클의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며 "특히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금속이 그렇다"고 말했다. CRB원자재지수는 2014년 이후 고점을 향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원자재가 다시 붐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창립자는 올해 원자재 상승세가 주식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 들어 지금까지는 군드라흐의 전망이 맞아 떨어졌다. 

장기적 추세와 펀더멘털 뿐 아니라 단기적 정세 불안도 원자재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면서 최근 알루미늄 가격은 크게 올랐다. 이번 제재에 세계 2대 알루미늄 업체인 러시아 루살이 포함된 영향이다. 구리, 곡물 등도 오름세다. 

노스타코모디티의 마크 슐츠 수석애널리스트는 "원자재 가격이 지난 3년 반 동안 상대적으로 침체됐다"며 "기록적 공급과잉이 이제 후퇴하면서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원유의 상승세가 무섭다. 유가는 기록적 수요에 힘입어 올 들어 거의 15% 뛰어싿.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공동창립자는 CNBC방송에 "사우디 아라비아가 다시 가격 부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로이터 소식통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핵심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배럴당 80달러, 심지어 100달러까지 유가가 상승하기를 바라고 있다. 석유 생산국들의 감산 목표치에 다다르더라도 감산 정책이 쉽사리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물가상승기에 최고의 헤지자산으로 꼽히는 금 역시 오름세다. 금리인상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아직까지 금값에 큰 하락 압박을 가하고 있지는 않다. 린지 벨 CFRA투자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금리보다 더 빨리 오르면 국채의 실질금리가 떨어지면서 금이 호황을 누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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