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베트남 증시에 글로벌 자금이 몰리고 있다. 베트남의 '미니 차이나(중국)' 매력이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면서 호치민 증시는 올 들어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뽐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반사이익도 크다고 지적한다.

호치민 증시 대표지수인 VN지수는 올 들어 17% 올랐다. 지난 2년 새 2배나 뛰었다. 미국 뉴욕증시 간판인 S&P500은 같은 기간 상승폭이 1%를 간신히 넘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글로벌 투자자들이 베트남의 '미니 차이나' 매력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걸어온 길대로 베트남이 민간 경제와 국제 무역을 키우는 데 주력하면서 글로벌 제조업 거점으로 부상했다는 얘기다. 

베트남의 투자 매력은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서 더 돋보인다. 트린 응우옌 나티식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고조는 베트남에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미중 무역갈등 속에 한국과 일본이 중국에 있던 생산거점을 중국으로 이전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베트남이 중국을 대신할 생산거점으로 떠오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스마트폰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이를 정도다. 

베트남 경제는 올 1분기에 연간 기준으로 7.4% 성장했다. 수출 규모로 경제 규모가 5배나 더 큰 인도네시아를 이미 압도했다.

베트남 인구 구조도 성장잠재력을 뒷받침한다. 동남아 이웃 나라들이 이미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구 침체를 겪고 있는 데 반해 베트남은 탄탄한 젊은 층이 수요를 주도하고 있다.

베트남 최대 자산운용사 가운데 하나인 비나캐피털의 앤디 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람들이 오토바이와 살 집, 의료 서비스를 원한다"며 "우리는 내수 경제 성장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센 투자 바람에 베트남 기업들의 상장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에만 저비용 항공사인 비엣젯, 쇼핑몰업체 빈콤리테일, 정유사 빈손 등이 증시에 데뷔했다. 베트남 대기업 빈그룹 산하 부동산업체인 빈홈, 대형은행 테크콤뱅크 등도 상장을 앞두고 있다.

베트남 증시가 곧 '프런티어마켓'에서 '이머징마켓'(신흥시장)으로 승격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파키스탄 증시가 지난해 MSCI프런티어시장지수에서 신흥시장으로 올라섰는데 베트남 증시는 이미 시가총액으로 파키스탄 증시를 넘어섰다. 베트남 증시 시총은 약 1400억달러로 프런티어시장 가운데 가장 큰 축에 속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베트남에 대한 투자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금융 기업은 49%, 은행은 30%로 외국인 지분 제한이 여전한 가운데 베트남 증시의 주요 종목이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케빈 스노우볼 PXP베트남 자산운용 CEO(최고경영자)는 VN지수 시총 상위 10대 종목의 주가 수준이 올해 실적 전망치보다 32배가량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종목도 많지만 증권사들이 대부분 취급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현재 베트남 내부엔 증시나 정치, 거시경제적으로 투자 리스크가 거의 없다고 본다. 외부 변수가 문제라는 얘기다. 호치민 증시의 랠리는 10년 전인 2008년 금융위기로 제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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