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내가 사는 서울에도 첫눈이 내렸다. 아직 첫눈에 설레는 청춘이긴 하지만 경제지 기자가 되고 나니 첫눈에다 경제를 엮게 되는 '웃픈' 현실.

첫눈이 내리면 온라인쇼핑몰은 활황을 맞는다.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의 분석 결과가 이를 뒷받침 한다. 지난해 서울 지역 첫눈 관측 시점인 11월 14일 서울 거주 소비자들의 구매량은 직전 주 같은 요일과 비교해 46%, 하루 전보다 28% 늘었다. 2013년에도 서울에 첫눈이 온 11월 18일 G마켓 판매량은 직전 주 대비 19%, 전일의 두 배로 증가했다. 구매량뿐 아니라 구매액도 크게 올랐다. 작년 서울에 첫눈이 내린 날 평균 구매액은 1주일 전, 1일 전과 비교해 각각 14%씩 늘었다. 많이 팔리는 품목은 핫팩·손난로, 문풍지, 단열시트, 털실내화, 믹스커피, 컵라면, 호빵 등이다. 여행용 가방, 콘도·리조트 여행숙박권, 휴대용 포토프린터 등의 판매량도 증가한다.

첫눈과 함께 주식시장 역시 날뛴다. 제설용품, 방한용품을 만드는 회사의 주가가 들썩이는 것이다.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므로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홈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홈쇼핑주도 오르게 된다. 반면 눈으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인지 손해보험사 주가는 내려가곤 한다.

날씨파생 상품에 대한 요구도 이어진다. 기온이나 강수량, 적설량 등 기상요소 변동을 지수화해서 사전에 정한 지수와 실제 관측결과 간의 차이에 따라 돈을 받는 금융상품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날씨파생 상품은 다른 금융자산이나 상품과 상관관계가 없는 데다 조작이 어려워 신뢰성 확보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유럽선물거래소(Eurex), 미국 시카고 기후선물거래소(CCFE) 등에는 날씨파생 상품이 상장돼 있다. Eurex는 허리케인 선물 10종을, CCFE는 강풍 관련 선물 3종을 취급한다.

첫눈과 같은 기상변화는 거시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대학교와 삼성지구환경연구소는 국내총생산(GDP)의 52%가 날씨에 영향을 받고 있고, 산업의 70~80%가 날씨로부터 직·간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기후변화를 중대한 리스크 대상으로 관리하는 추세다. 단순히 날씨보험을 들어서 위험을 예방하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도를 높이려고 하고 있다.

글의 마침표를 찍는 지금도 창밖에는 '낭만적'이기보다는 '경제학적'인 눈발이 흩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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