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베트남 투자 제조업 비중 70% 넘어…中·日 등 내수시장 투자 확대 경계해야

베트남 전자상거래업체 티키 웹사이트(TIKI.VN) 초기 화면 캡처

중국의 성장둔화 속에 베트남이 새 성장거점으로 부상했다. 한국은 1988년 이후 베트남에 가장 많이 투자한 나라다. 현지에 이미 상당한 기반을 닦아 놓은 만큼 탄탄해지고 있는 베트남 경제에 대한 기대가 크다.  

문제는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잠재력이 큰 베트남 내수시장을 선점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트라 베트남 호치민 무역관이 최근 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태국 홍콩 등 베트남 투자 상위 6개국의 관심사는 제각각이지만 베트남 내수시장의 잠재력이 상당하다는 데는 공감한다.

주목할 건 한국의 베트남 투자가 제조업 중심이었다면, 나머지 국가들은 제조업뿐 아니라 유통, 전자상거래 등 서비스 부문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베트남 내수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은 지난해 베트남에 총 91억달러를 투자해 한국(85억달러)을 제치고 외국인직접투자(FDI) 1위국으로 부상했다. 화력발전소·석유·가스관 등 대형 기반시설 프로젝트에 투자가 몰렸다.  

일본은 이전에도 기반시설 위주로 베트남에 투자해왔다. 일본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로 베트남 기반시설 프로젝트를 지원하면 일본 기업들이 이를 수주해 진출하는 식이다. 인프라는 내수시장의 기반이 된다.

또 하나 주목할 건 일본이 베트남에 대해 제조업 신규 투자를 줄이는 대신 부품소재, IT(정보기술), 유통서비스, 부동산 부문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 대표 인터넷·전자상거래업체를 내세워 베트남에 투자를 공세를 펴고 있다. 텐센트는 지난 1월 전자상거래 자회사 징둥닷컴(JD.com)을 통해 베트남 전자상거래업체 티키(Tiki.vn)의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6월 동남아시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라자다에 10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지분율을 83%로 끌어올렸다. 알리바바는 이번 투자로 베트남 전자상거래시장을 선점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싱가포르는 베트남 부동산시장에 집중 투자해왔다. 글로벌 부동산 전문기업인 CBRE 싱가포르 법인은 "베트남이 싱가포르 투자자들 사이에서 아세안 부동산 시장의 '핫스팟'(hot spot)으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투자자들은 최근 부동산에서 금융, 전자상거래, 에너지, 의료, 교육, 물류 등의 부문으로 투자 대상을 다각화하고 있다.

태국은 베트남 현지에서 직접 부지를 확보해 공장이나 사무실 등을 짓는 그린필드 투자에서 대형 인수합병(M&A)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태국 주류업체 타이베버리지가 지난해 베트남 간판 '사이공 맥주'를 생산하는 사베코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베트남 내수시장을 직접 노린 베팅이다. 코트라는 태국 기업들이 급성장하는 베트남 경제에 대한 기대감에 베트남 기업 지분 인수에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베트남 투자 5위국으로 부상한 홍콩은 같은 해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10개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판으로 베트남 투자에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내년에 FTA가 발효하면 상품·서비스 무역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트라는 한국의 베트남 투자에서 제조업 비중이 70%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을 전략적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을 따라 부품업체들이 동반 진출하면서 제조업 투자 비중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생산거점 경쟁력을 상당기간 유지할 것으로 본다. 다만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에 비해 한국이 내수 부문 투자에서 뒤처지면 주요 시장을 선점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예로 중국이 베트남 전자상거래시장 진출을 확대하면 중국 제품의 판로도 커진다. 베트남 내수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더 세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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