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이 22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딘 티엔 중 베트남 재무부 장관과 금융분야 협력 강화방안 등을 의논하고 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국내 금융당국 수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베트남을 방문했습니다. 최 위원장은 베트남에서 한국 은행연합회와 베트남 은행연합회 등이 공동 개최하는 '한-베트남 금융협력 포럼'에 참석했고 베트남 중앙은행과 '핀테크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했습니다.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금융회사 대표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영업상 애로사항을 듣고 베트남 재무부 장관에게 애로사항에 관한 지원과 협조도 요청했습니다. 

금융 분야 신(新) 남방정책을 행보의 하나입니다. 그동안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생산기지로만 여겨졌던 베트남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경제성장과 내수시장 확대를 바탕으로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무역협회는 앞으로 2년 후인 2020년쯤 베트남이 한국의 제2수출국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현재 2위인 미국을 뛰어넘는다는 뜻입니다. 

베트남 경제는 지난 10년 동안 연 5~7% 성장했고 2030년까지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른 아세안 경제공동체(AEC) 국가들과 비교하면 일할 수 있는 젊은 인구가 많은 구조와 친시장 정책은 베트남의 강점으로 꼽힙니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이런 점을 고려해 베트남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내놓은 해외투자통계 자료를 보면 금융업 및 보험업권의 베트남 투자액은 지난해 1억2308만달러로 10년 전인 2007년 2018만달러보다 500% 넘게 늘었습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4대 은행과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를 포함한 국내 금융회사 34개사는 베트남에 점포를 열었습니다. 베트남을 글로벌 성장 거점으로 삼고 입지를 넓혀 나가기 위한 행보는 계속 진행 중입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주요 공략 포인트는 모바일 중심의 비대면 거래입니다. 베트남은 1인당 1개 이상의 스마트폰이 보급돼 있고 지난해 은행 거래 중 비대면 거래 비중은 50%에 달했습니다. 

수년 전 신한은행이 '써니뱅크'란 모바일뱅킹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소녀시대의 써니를 모델로 기용했던 것도 사실은 국내보다는 베트남의 젊은 층을 겨냥한 포석이었습니다. 이런 전략의 효과로 신한은행은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대우는 자본금 기준으로 베트남 내 70여개 증권사 중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이나 미래에셋대우뿐 아니라 다른 금융회사들도 어느 정도 안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아직 성공을 얘기하기에는 이릅니다.

완벽한 현지화로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국내 금융회사들은 과거처럼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국내 금융사들이 과거와 달리 현지 회사를 인수·합병(M&A)하거나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비은행 계열사를 앞세우는 방식을 선택하면서 예전보다 현지화 수준을 높이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 비중이 아직 높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는 물론이고 현지 회사를 대상으로 한 기업금융 등으로 발을 넓히지 않는다면 현지화는 요원합니다. 이를 위해서 금융회사들이 노력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너무나 당연합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현지에서의 성공 여부는 사실상 금융당국에 달려있다고 말합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가진 비즈니스 측면의 경쟁력은 다른 나라의 금융회사와 비교해 크게 떨어질 게 없는데 결정적인 상황에서 현지의 규제 문턱을 넘지 못해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금융당국이 현지 당국과의 조율 협력으로 지렛대를 마련해줘야만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금융회사들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의 수장이 직접 도움을 요청한 만큼 베트남에서도 신경을 써줄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 당국의 노력이 여기서 멈춰서는 곤란합니다. 실무자 선에서도 계속해서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금융회사의 이야기를 듣고 어려움이 있다면 도움을 줘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국내 금융회사들이 베트남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다른 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지속성장이 가능한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최 위원장과 금융권이 온 힘을 모아 베트남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한 돌격 작전이 완수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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